[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아파트 가격이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강남의 소위 '잠·삼·대·청'(잠실·삼성동·대치동·청담동)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25.03.02.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3구 집값이 7년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선제 관리 차원에서 지역별 대출신청 건수 파악에 나선다. 대출신청을 하면 계약 후 대출실행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토허제 해제 효과로 4~5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신청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선제 관리 차원에서 지역별로 대출 신청건수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에는 지역을 따지지 않고 월별 대출 신청건수만 집계해 왔는데 앞으로는 서울 주요 지역과 수도권, 지방 등으로 지역을 세분화 해서 사전적으로 대출 신청건수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권 부동산 거래 현장점검에 나섰다. 주택 거래량 증가는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효과보다는 신학기 이사철 수요와 연초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여력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신학기 이사 효과가 끝난 이달 중순까지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토허제 해제 효과가 2~3개월 후 가계대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토허제가 2월에 풀렸기 때문에 2월과 3월 매매계약을 하고 대출을 신청하면 실제 대출 실행은 4월 이후 이뤄진다. 은행들이 이달부터 선제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지 않으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당국이 지역별로 세분화된 대출 신청건수 파악에 나선 이유는 가계대출이 주택거래에 '후행' 해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월별·분기별로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설정해 놨다. 월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하지 않으려면 대출 신청단계부터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강남3구 등 주요 지역별로 대출 신청 건수를 집계하면 토허제 해제에 따른 특정지역 대출폭증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도 토허제 해제에 따른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은행들의 대출취급 재개와 가계대출 관리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의 영향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 및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히 경계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학기 이사수요가 끝난 이달에는 전월 대비 가계대출이 더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토허제 효과와 금리 인하,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에 따른 사전 대출 수요 등을 감안하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목표를 초과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17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분석할 예정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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