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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미동맹 결의안 먼저 발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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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51회>]
尹 1차 탄핵안 ‘북·중·러 적대시’ 에 미국 쇼크
美 심상찮은 분위기에 올 초부터 한미동맹 강조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일환으로 결의안 먼저 제안
‘한반도 비핵화’ 포기하고 ‘북한 비핵화’ 찬성
트럼프 노벨상 이어 주한미군 현 규모 유지 주장
[조선일보 외교부·민주당 출입 기자, 한나라당 취재반장, 외교안보팀장, 워싱턴·도쿄 특파원, 국제부장, 논설위원과 TV조선 정치부장으로 정치·외교·안보 분야를 26년간 취재해 왔습니다. 주요 사안의 막전막후에서 벌어진 일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입니다.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로 치열하게 대치 중인 상황에서 이 결의안은 여야 합의로 처리됐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결의안을 먼저 발의했다는 점에서 점에서 놀랍습니다.

◇민주당 ‘평화체제’ 고집 안 해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지지 결의안은 13일 국회의원 241명이 참석한 본회의에서 201명의 찬성으로 채택됐습니다.

이 결의안은 총 5개 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기반이자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 축임을 확인했습니다. 한미 간 통상, 투자, 경제 안보, 에너지, 인공지능, 우주, 원자력, 조선 등 모든 분야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이를 적극 뒷받침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한미 양국 번영의 교량 역할을 해 온 260만 재미 한인 동포 사회의 기여를 높게 평가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냈던 결의안에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썼는데, 여야 합의 결의안에서는 이를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싫어하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는 데 찬성했습니다. 또, ‘평화 체제 구축’ 표현을 끝까지 주장하지 않아 최종 결의안에서 빠졌습니다.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야를 초월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결의안의 의미는 크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1월 22일 국회를 찾은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와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시스


◇민주당, 트럼프 정권 출범 직후인 1월 21일 발의

여야 합의로 통과된 한미 동맹 결의안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21일 입니다. 이재명 대표 등 소속 의원 82인 명의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결의안은 얼핏 봐서는 자유총연맹에서 만든 결의안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전에 볼 수 없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민주당 결의안은 전문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동북아 및 세계 평화의 근간으로 기능해 왔다. 전후 안보 동맹으로 출발한 한미 동맹은 오늘날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였으며,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결의안의 4개 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한민국 국회는 6·25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과 미군, UN군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한미 동맹이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기틀이 되었으며, 한반도 평화의 기반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ㆍ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여야를 초월하여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을 적극 지지할 것을 결의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히 우려하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조기 종전을 지지한다.

1999년 정치부 기자가 된 후, 오랫동안 민주당을 관찰해왔는데 아무리 봐도 이례적입니다. “미군이 참전해 한반도가 통일되지 못했다”는 민주당 인사도 만난 적이 있기에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는 문장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맞선 재야와 학생운동 세력이 주축이었던 민주당은 “미국이 독재 정권을 지원해왔다”고 비난해왔는데, ‘한미 동맹이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기틀’이라고 한 것도 놀랍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한미 동맹 결의안 발의에 깜짝 놀랐습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전향적인 내용의 한미 동맹 결의안을 먼저 발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한미 동맹 결의안을 주도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하에 국민의힘은 2월 6일 ‘한미 동맹 지속 발전 지지 결의안’을 의원 108명 전원의 이름으로 당론 발의했습니다.

국힘 결의안은 미래를 향한 것이 특징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맞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원자력, 조선,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한미 양국 번영의 교량 역할을 해 온 260만 재미 한인 동포사회의 기여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여야는 협상을 통해 지난 3월 11일 단일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결과적으로 민주당 안보다 국민의힘이 주장한 내용이 더 많이 반영됐습니다. 국회의원 수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민주당이 한미 동맹 결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크게 고집을 부리지 않은 겁니다.

조선일보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의 영 김 동아태소위 위원장 (공화·캘리포니아). 지난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의 외교안보 관련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뉴스1


◇1차 탄핵안에 친북·반일·균형자론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앞서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의 기반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 축’임을 확인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이재명 대표 대통령 만들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주축이 돼 만든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외교안보 관련 표현에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 제출된 탄핵소추안은 친북, 반일, 균형자론에 기반해 사실상 한미 동맹을 부정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탄핵소추안은 “(윤 대통령이) 소위 가치 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 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북·중·러의 호전적 행태는 지적하지 않은 채, 얼치기 좌파에서 쓰는 표현이 대통령 탄핵안에 적시됐다는 점에서 충격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남북한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한미 동맹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라고 명기, 반일 정책을 옹호, 한미일 3국 협력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시사했습니다.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의무를 내팽개쳐 왔다”는 것도 본말이 전도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통일을 부정하고 계속 도발하며 긴장을 고조시킨 것을 도외시한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때 이 같은 내용을 전면 삭제했습니다.

1차 탄핵 소추안에 문제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미국과 일본 등에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졌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의 영 김 동아태소위 위원장이 지난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한국의 적대 세력을 적대시했다고 이를 탄핵 사유로 삼은 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탄핵 주도 세력은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 중국에 대한 순응을 선호하고 이는 한반도 안정과 지역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면서 대만 점령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노린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영유권 확대에 비판적이고, 지역 평화에 북한 비핵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나도 같은 입장이고 우리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에 적시한 북·중·러에) 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북한에 대한 유화책, 중국에 대한 순응을 선호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영향력이 큰 인사가 사실상 경고문을 발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민주당의 여러 인사가 워싱턴 DC를 방문했는데, 1차 탄핵소추안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외교안보 관련 내용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1차 탄핵안 파문 이후 친미로 전환

1차 탄핵소추안 파문 이후 민주당의 대미 정책은 눈에 띄게 친미 성향을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트럼프의 기이하고 독단적인 동맹 정책, 관세 정책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미국 비판을 마다하지 않을 텐데 그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동안 미·중 간의 균형 외교를 강조했으나 민주당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이 같은 내용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와 만나 “계엄 이후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 우방 동맹국 미국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그리고 일관된 지지에 대해 우리 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외교안보 책사인 박선원 의원(전 국정원 1차장)은 트럼프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으며 최근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주한 미군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임무는 소위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이라며 현재 2만8500명 수준의 주한 미군 규모가 적정하다고 한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조만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분간 ‘친미 민주당’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 홍보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과 미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궁금합니다.

P.S.

한미 동맹결의안 반대· 기권 의원 40명

13일 국회를 통과한 한미 동맹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은 40명(16.6%)이었습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지금은 결의안을 채택할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미 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동맹은 우리의 이익과 다르다. 현시점에서 한미 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할수록 트럼프 청구서의 액수는 더 커질 뿐”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혈맹을 강조하면, 그동안 미국이 치른 핏값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한미 동맹 결의안에 반대한 의원 중 여당 의원은 없었습니다. 민주당 의원 중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격인 윤건영 의원이 반대한 것이 눈에 띕니다. 조국 혁신당 의원들은 자율 투표 형식을 취했으나 대부분 반대하거나 기권했습니다.

[3월 13일 통과된 한미 동맹 결의안]

241명 참석, 찬성 201명, 반대 17명, 기권 23명. 찬성률 83.4%

<반대 의원 17명 >

강경숙 김재원 김준형 백선희 서왕진 신장식 윤종오 윤준병 이광희 이재강 이해민 임미애 전종덕 정춘생 정혜경 차규근 한창민

<기권 의원 23명>

곽상언 권향엽 김교흥 김승원 김우영 김정호 박수현 박은정 복기왕 서미화 서영석 안태준 안호영 양문석 용혜인 위성곤 윤건영 이성윤 이수진 이훈기 장경태 장종태 황운하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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