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업자가 그간 불려왔던 ‘은둔의 경영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사회 의장으로의 복귀를 예고한 반면, 김 창업자는 그룹 컨트롤타워 수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사실상 일선에서 후퇴해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카카오> |
지난 13일 카카오는 김 창업자가 CA협의체 공동의장 및 협의체 내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CA협의체는 기존에 김 창업자와 함께 의장을 맡아 온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단독으로 이끌 예정이다.
이듬해 1월에는 당시 정신아 대표 내정자와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아 그룹 체질 개선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SM 인수 건 관련으로 구속되면서 ‘김범수 리더십’에 차질이 빚어졌다. 구속 101일 만인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계속되는 공판에 예전만큼 경영에 나서지 못했고 이번에는 협의체 공동의장 자리까지 내려놓으며 사실상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김 창업자는 그룹 비전과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정신아 대표가 그룹 전체의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창업자의 부재 때부터 정 대표가 키를 쥐고 그룹을 이끌어 온 기조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
반면 이 창업자는 오는 26일 열리는 네이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복귀 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예이다. 이는 그가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으며 사내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지 7년만이다.
이사회 멤버로 복귀하면서 현재 맡고 있는 GIO 직책에서는 물러날 예정이다.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한 유럽 스타트업 투자 등 GIO 시절 집중한 해외 인수·합병(M&A)과 투자 건이 어느정도 성과를 낸 만큼 이제는 인공지능(AI) 등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수장의 상반된 행보가 현재 녹록치 않은 상황에 빠진 네이버·카카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그간 이어진 사법리스크, 이에 따른 김 창업자의 부재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전략, 경영효율화 추진 등에서 발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뿐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 AI사업에서 한발 늦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캐시카우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 호조로 지난해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경기 위축 탓에 향후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지만, 아직 이를 활용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두 회사 모두 올해 AI를 신성장 모멘텀 삼아 반전을 꾀한다는 목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2025.2.4 [한주형기자] |
카카오는 오픈AI와 전격협업으로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GPT 모델을 심을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정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와 협업을 이끌어내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방한 당시 올트먼 CEO을 카카오 간담회 무대에까지 등장시킨 것은 정 대표 본인의 개인기가 발휘된 결과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사내 독립기업(CIC)인 포털 서비스 다음을 분사하며 경영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는 것도 주목된다. 지난달 기준 웹 검색 시장 평균 점유율이 2.72%에 불과한 만큼 포털을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해 추후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 대신 핵심사업인 AI와 카카오톡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업그레이드하고, AI를 탑재한 초개인화 쇼핑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AI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의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역량을 평가하는 인사제도인 ‘레벨제’를 도입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회사측은 “이 의장의 복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의장의 경영일선 복귀에 맞춘 사전작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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