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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트럼프는 北 비핵화 집중 안해…北 사이버행위 주된 목적은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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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을 정책으로 밝혔지만 사실상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가 진단했다. 차 석좌는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북한의 사이버 행위의 목적은 1차적으로 군사적 공격을 위한 목적 보다 ‘돈벌이 수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새 저서 ‘블랙박스: 한국 통일과 북한 연구의 신비를 풀다’ 북콘서트에서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때를 회상하며 당시와 현재는 큰 상황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차이점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오른쪽)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신간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주형 특파원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규모를 고려할 때, 김정은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적인 인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점은 비핵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이 비핵화가 아닌 다른 조건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 예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는 조건을 협상의 중심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은 북한을 협상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짚었다.

차 석좌는 트럼프 1기와 비교해 현재의 다른 차이점에 대해선 “2018년, 2019년과 비교해 오늘날 북한 지도자가 훨씬 덜 절박하다는 점”, “북한이 (미국의) 제재 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더 이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1만2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 즉 식량, 연료, 의약품 등을 얻고 있다고 차 석좌는 설명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핵무기 개발이 공인된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이외의 ‘비공인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언급한 것과 관련, “(미국에서) 누구도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비핵화가 목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반열에 올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북한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자,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차 석좌의 이번 신간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북한의 사이버 악성행위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조지타운대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오픈소스를 활용해 북한이 어디를 공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킹을 수행했는지 등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추적해 데이터화한 내용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발견 중 하나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미국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의 군사 시스템, 원자력 시설, 전력망 등을 노려 군사적 목적이나 테러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로 수집한 데이터를 보면 해외 은행 계좌를 해킹하거나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자금 확보 목적이 컸다는 것이다. 그는 “이유 중 하나는 팬데믹으로 인해 북한이 중국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 석좌는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는 북한이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일부를 WMD(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초기에는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핵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사이버 공격 기술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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