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뉴시스] 2018년 11월1일 영국 런던의 구글 사무실에 구글 로고가 걸린 모습. 2023.09.02. |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9년 만에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정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안보·산업적 사유로 지도 해외 반출을 거부했으나 최근 국제 정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빅테크에 대한 외국 정부의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 예고해 통상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가운데 국내 지도 서비스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지도 품질 개선, 국내 지도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도 반출이 필요하다 주장하지만 국내 IT업계 일각에서는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구글, 지금도 충분히 韓서 대부분 기능 제공 가능…진짜 목적은 자율주행 등 신사업용"
구글은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축척 1대 2만5000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대 2만5000 지도 데이터는 정부 허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정밀한 수치의 지도다.
업계에서는 이 축척의 지도 데이터만으로도 길 찾기 정보 등 관광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요구한 1대 5000 지도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도시계획,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등에 활용되는 수준의 데이터다. 구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해외 관광객 이용 등이 목적이라면 현재 1대 2만5000의 지도로도 충분히 기술적으로도 서비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AP/뉴시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량 기업 웨이모가 완전 무인 차량의 도로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한 도로에 나온 웨이모의 완전 무인 차량 내부. 2017.11.08 |
오히려 구글이 초고정밀 수준의 지도 데이터를 원한 진짜 이유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자회사 '웨이모'를 두고 있는데 웨이모 국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초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찾은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울러 구글은 최근 구글 맵 자체를 디지털 트윈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공간을 카메라에 비춘 화면상에서 길 안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라이브 뷰' 기능을 출시했다. 또 지난해 도입한 '이머시브 뷰' 기능은 구글 맵 상에서 세계 주요 도시의 인도, 차로, 건물은 물론 공항, 기차역 등 주요 실내 시설을 3D 모델로 시각화하고 과거 추세를 바탕으로 특정 장소의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구글 지도에 제공하는 'AR 경험'. 구글은 지난 7월 올림픽을 맞아 지도 앱에서 파리 랜드마크의 위치를 검색하면 해당 건물의 18세기 모습 등을 시각화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AR 경험 기능을 선보였다. (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 |
이후 도입한 '이머시브 뷰 포 루트'는 교통 체증과 예상 날씨 등이 반영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모습을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보여주는 기능이다. 구글은 지난 7월 올림픽을 맞아 지도 앱에서 파리 랜드마크의 위치를 검색하면 해당 건물의 18세기 모습 등을 시각화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AR 경험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기능은 모두 길 찾기 등 필수가 아닌 오락에 가까운 기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도 데이터는 관광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 핵심적인 데이터"라며 "구글이 국내 지도 초고정밀 데이터를 가지고 사업을 벌일 경우 관광뿐만 아니라 물류 배송 등에도 최적의 경로가 어딘지 등 데이터 축적을 통해 기업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풀면 경제효과 33조원? 논리 비약"…방한 관광객 불편하게 만든 건 '정부' 아닌 '투자의지 없는 구글'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왼쪽) 앱과 네이버 지도(오른쪽)의 인천국제공항-명동성당 대중교통 길 찾기 비교 (사진=각 사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결국 구글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고의로 '길 찾기' 등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도 정밀도가 좋아진다고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며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이 많이 쓰이는 건 구글 지도보다 정밀해서가 아닌 관심지점(POI) 정보와 정보 최신화에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2027년까지 관광 수입이 약 226억 달러(약 33조원)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최근 관광객 수 증가치, 관광객의 구글 지도 앱 예상 사용 증가율, 외국인 관광객 1명 증가분에 따른 추가 관광 수익 등을 고려한 수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구글 지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 지도 데이터가 정확해지면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정밀지도 개방이 33조원 규모의 관광 수익 창출 등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도 서비스 핵심은 도로 통제 등 실시간 교통 정보, 찾고자 하는 장소 등이 최신화돼 있는지 여부다. 축척만 좋아진다고 이러한 기능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라며 "구글 지도가 한국을 찾는 관광객에게 불편함을 느끼도록 만든 건 '정부'가 아니라 '투자 의지 없는 구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논문 저자 중 한명인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경제 효과 예측치는 적지 않은 가정과 전제가 충족됐을 때 최대한 도출할 수 있는 수치"라면서 업계 우려를 이해한다고 전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해외 기업은 자국에서 개발한 서비스 플랫폼에 우리 지리 데이터를 결합하고자 한다. 반출이 막힌 상태에서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경쟁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 내 서비스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70여개 언어를 지원하는 구글 지도가 우리나라에 활성화되면 외국인 관광객 불편도 해소될 거고 체류 기간·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리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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