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된 마약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태국인 A(32)씨는 지난해 7월 충북 음성군 길거리에서 처음 본 남성에게 150만원을 주고 신종 마약인 '야바'(YABA) 100정을 넘겨받았다. 야바를 판 남성은 A씨의 부탁을 받은 이른바 '던'이라는 인물이 보낸 중간 판매책이었다.
이후 A씨는 해외에 머물던 던과 짜고 한국으로 밀수한 야바를 건네받는 범행에 가담했다.
A씨와 던의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공범이 파주에서 야바를 수령했고, 닷새 뒤 택시 기사에게 부탁해 야바를 다시 A씨가 있는 충북 음성으로 보냈다.
A씨는 택시 기사가 싣고 온 야바를 건네받아 또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가 '통제배달'로 뒤를 쫓은 인천공항세관 수사관들에게 결국 체포됐다.
통제배달은 마약을 숨긴 화물을 바로 수거하지 않고, 목적지로 배달되게 한 뒤 현장에서 수취인과 공범을 검거하는 특수 수사기법이다.
A씨가 공범과 함께 밀수한 야바는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으로 필로폰과 유사한 성분의 알약 형태다. 1정당 3만∼5만원이어서 다른 마약보다 저렴하고 구하기도 쉬워 주로 동남아 국가에서 많이 유통된다.
국내에서도 동남아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래 야바를 찾다 보니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적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2년 전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야바 1천900여정을 국제우편으로 태국에서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총책과 판매책 등 80여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야바를 판매했다.
같은 해 창원지검도 야바 5만1천763정을 가공식품처럼 포장해 국내로 밀수입한 30대 태국인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2017년 한국에 입국한 뒤 6년 넘게 불법 체류한 A씨는 지난해 재판에 넘겨지자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해외에 있는 던에게서 '화장품이 든 국제우편물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령했다"며 "그 안에 야바가 들어있는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우편물 안에 마약이 든 사실을 알고도 받으려고 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편물이 도착할 시각이나 택시 번호를 공범들과 공유하며 여러 차례 그룹 영상통화를 했다"며 "(마약이 든 우편물이 이동할) 파주에서 피고인의 집까지 자동차 길 찾기를 검색한 사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야바를 구매해 투약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판매한 적이 있다"며 "2022년에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예기치 못하게 범죄에 연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받으려고 한 야바의 양이 상당히 많았다"면서도 "야바가 모두 압수돼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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