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T 도하 대회에 참가한 신유빈의 경기 장면 |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탁구가 철옹성을 구축한 세계 최강 중국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충칭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메이저 대회 '챔피언스 충칭 2025'에 남녀 4명씩 8명이 출전했으나, 한 명도 8강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남녀부 세계랭킹 1위인 린스둥과 쑨잉사(이상 중국)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ITTF 남자부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린스둥 |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받아 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8명의 선수 중 남자 간판 장우진(세아)과 조대성, 여자부의 주천희(이상 삼성생명)가 단식 1회전(32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의 남자탁구 간판 장우진 |
16강에 오른 여자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과 남자부의 안재현(한국거래소), 이상수(삼성생명)도 모두 패배했다.
세계 10위 신유빈의 '중국 징크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신유빈은 세계 4위 천싱퉁(중국)을 상대로 첫 게임에서 듀스 접전을 펼친 끝에 10-12로 진 뒤 2게임과 3게임을 내리 헌납해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3게임에선 천싱퉁에게 1-11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했다.
신유빈은 지난 달 싱가포르 스매시 16강에서 중국의 신예 허주오쟈(세계 18위)에게 0-3으로 완패했다.
이어 같은 달 아시안컵에서도 세계 3위 왕이디(중국)에 2-3으로 져 16강 탈락했다.
올해 중국 선수와 본선 맞대결 상대 전적은 3전 전패다.
조대성도 이번 대회 남자단식 32강에서 중국의 린가오윤(세계 11위)에게 0-3으로 졌고, 여자부의 서효원도 16강에서 중국의 왕이디에게 0-3으로 완패했다.
다만, 세계 21위 안재현이 남자부 세계 최강자인 중국의 린스둥을 상대로 풀게임 대결 끝에 2-3으로 아깝게 진 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한국 탁구는 유남규와 현정화를 앞세워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남녀 단체전 우승을 석권하고, 2년 후 열린 서울 올림픽에선 유남규가 남자단식, 현정화 여자복식 금메달을 나란히 사냥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현정화(중앙 왼쪽)와 양영자. |
현정화가 주축이었던 한국 드림팀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해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현정화는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우승까지 차지하며 `탁구여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유남규와 현정화가 은퇴한 후 한국 탁구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단식 챔피언 김택수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이 에이스 계보를 이었지만 남자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단체전에서는 한 번도 중국을 꺾지 못했다.
중국은 작년 파리 올림픽 남녀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판전둥과 천멍이 은퇴 후 사실상 세대교체를 이뤘음에도 여전히 세계 최강 전력을 뽐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맏형' 이상수가 국가대표를 반납했고, '맏언니' 서효원도 올해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은퇴 수순을 밟을 예정이어서 새로운 선수들이 자리를 메꿔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신유빈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했던 전지희가 은퇴하면서 신유빈의 새로운 복식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마카오에서 '세계선수권 전초전'으로 열릴 남녀 월드컵에 선수들을 파견하는 한국 탁구가 중국 뛰어넘기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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