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장외투쟁 없이 ‘신중’ 기조에
강성 지지층들 비난 문자 쏟아져
표 의식한 여권 잠룡들 자제 기류
“인용 준비해야” 吳는 대권 행보
권성동, “李, 탄핵남발 사과하라”
강성 지지층들 비난 문자 쏟아져
표 의식한 여권 잠룡들 자제 기류
“인용 준비해야” 吳는 대권 행보
권성동, “李, 탄핵남발 사과하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야당의 장외투쟁에 당 차원의 맞대응 없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지지층 결집이 한층 강화되면서 불만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모두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윤 대통령 수호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탄핵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는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잠룡들도 이런 분위기를 읽고 대권 행보를 눈에 띄게 줄이고 선고 결과에 촉각을 세우는 기류가 읽힌다. 섣불리 조기 대선 행보에 적극 나섰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뚜렷한 탄핵 반대를 천명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후 차분하게 선고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선 행보 본격화 대신 저서 출간 날짜를 저울질 중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10일 부산 북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당이라면 (탄핵) 인용 결정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는 해야 된다”고 밝히며 정치 비전을 담은 저서 ‘다시 성장이다’의 출간 날짜를 오는 24일로 잡고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29번의 줄탄핵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다. 반성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 대표가 해야 할 일은 3가지”라며 △민주당 탄핵 남발 및 입법 독주 대국민 사과 △한덕수 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철회 △감사원 예산 60억원·검찰 예산 589억원 복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반성이 깃든 화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2일부터 매일 여의도→광화문 도보 행진
매일 두 차례 의원총회에 릴레이 농성도
박찬대, 국힘 가리켜 ‘신천지의 힘’
매일 두 차례 의원총회에 릴레이 농성도
박찬대, 국힘 가리켜 ‘신천지의 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연일 장외 투쟁에 나서고 있다. 광장 정치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법재판소를 우회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민주당은 광화문의 복원된 월대 앞 잔디밭에 의자를 깔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윤석열은 파면을 피할 수 없다”며 “허위 선동과 억지 주장 말고 겸허하게 파면 결정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의 힘’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을 종교단체 신천지에 빗댄 발언까지 던진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민주당 소속 의원 100여 명은 매일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8.7㎞를 도보로 이동했다. 2시간여에 걸쳐 서울 중심부를 관통하며 거리에서 윤 대통령 탄핵 당위성을 설파하겠다는 여론전 일환이다.
민주당은 밤낮으로 하루 두 차례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릴레이 농성을 이어가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삭발과 단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장외 강경 투쟁 분위기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재의 선고 때까지 (이러한)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에 비판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거대 야당이 장외로 나서고 지도부가 강경 일변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판결 이후 국민통합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장외 투쟁을 하는 것은 좋은데 무엇이 어떻게 문제라고 좀 더 세밀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내에서는 형식적 행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원은 “매일 두 번씩 의총을 하는데 출석 체크 외에는 별로 하는 게 없다. 15분 만에 의총을 끝낼 수 없으니 의견 있는 분 나와서 말씀하라고 하는 수준”이라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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