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그냥 주장이 아니다. 골도 넣고, 어시스트도 하고, 압박도 하고, 선수들에게 화이팅도 불어넣는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한다. 싸움도 말린다.
경기 도중 프리킥 키커를 놓고 다투는 두 동료를 중재하는 일이었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AZ알크마르(네덜란드)와의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홈 경기에서 윌송 오도베르의 멀티골과 제임스 매디슨의 추가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앞서 알크마르 원정에서 루카스 베리발의 자책골로 0-1 충격패를 당했던 토트넘은 2차전에서 3-1 승리하면서 1~2차전 합계 3-2로 이번 경기에서 승리, 합산 점수 3-2로 이기면서 8강에 진출했다.
토트넘이 UEFA 주관 대회에서 8강에 오른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던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이다.
토트넘은 이날 두 골 차 승리가 필요했는데 정확히 골 차를 맞췄다.
이날 손흥민은 합산 점수 2-1 리드를 이루는 매디슨의 후반 3분 추가골을 도우면서 시즌 12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오도베르의 전반 26분 선제골, 후반 29분 쐐기골 과정에서도 볼을 압박해 탈취하거나 침투패스로 득점 과정에 관여하는 등 깊숙하게 관여하며 토트넘의 이번 시즌 우승 여정 이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손흥민의 역할은 공격포인트와 공수 좋은 플레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8월부터 토트넘 주장이 된 그는 선수들의 다툼도 중재해야 했다.
1차전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갈 길이 바빴던 토트넘 선수들은 이날 1-0을 만들고도 마음이 급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 추가골을 넣어 합산 점수에서 2-1 리드를 잡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결국 전반전 종료 직전 토트넘이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같은 팀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른발 킥과 크로스가 좋은 라이트백 페드로 포로와 코너킥 등을 담당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이 서로 프리킥을 차겠다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언쟁까지 벌였다. 사전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교통정리를 해야했지만 안 됐는지 혼란스러웠다.
토트넘은 지난해 가을에도 한 차례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토트넘-알크마르 맞대결 직후 이를 조명했다.
매체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매디슨과 포로가 프리킥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동안 이에 개입해야 했다"며 "매디슨이 공을 집어들고 찰 준비를 했지만, 포로가 그에게서 공을 뺏으려고 했다. 둘은 격렬하게 말싸움을 했다. 결국 주장 손흥민이 두 선수 사이로 들어와 매디슨에게 프리킥을 전달했다"고 했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중 대다수는 손흥민이나 매디슨이 담당한다.
다만 포로의 킥이 워낙 좋아 가끔씩 상대 골망이 찢어질 듯한 슛으로 득점하다보니 이번엔 포로도 자신이 있어 매디슨 앞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더 선'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은 "정말 부끄럽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정말 싫다", "그 선수들은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 와중에 손흥민의 역할을 관찰한 팬도 있었다. '더 선'은 "손흥민은 미워할 수 없는 축구선수"라고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매디슨의 프리킥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전열을 정비해 후반전에 두 골을 넣고 역전극에 성공했다.
토트넘의 8강 상대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를 합계 6-2로 꺾고 8강에 오른 독일 중상위권 구단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다.
프랑크푸르트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핵심 공격수인 오마르 마르무쉬를 맨체스터 시티로 보냈지만, 여전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토트넘이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특히 이번 알크마르전을 통해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솔란케를 비롯해 센터백 듀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이 복귀한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유로파리그 우승 여정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날 평점8을 받으며 클래스가 살아있음을 알린 손흥민의 존재도 큰 힘이다.
사진=더선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