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성 패트릭 데이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
1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강제로 떠나게 될 팔레스타인인들의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3곳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에서 아무도 추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이주 제안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지만, 물밑에선 아랍 국가 외에 아프리카 등 이주지를 물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전후 계획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 이상이 영구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고 이를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은 팔레스타인 주민뿐만 아니라 아랍권 전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수단과 소말리아, 소말릴란드와 개별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며 특히 이스라엘이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측이 접촉한 아프리카 3개국 중 수단은 2020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 4개국 중 한 곳이다. 이 협정 영향으로 미국은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군과 준군사조직(RSF) 간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단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에 대해 군부 주도 정부에 접근했다고 확인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RSF에 대한 군사지원, 전후 재건 지원 및 기타 인센티브 제공을 제안하면서 접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단의 군부 지도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측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고 밝혔다. 수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AP에 “이 제안은 즉시 거부됐다. 이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와 소말릴란드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아직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소말릴란드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승인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이들 국가와 접촉한 한 미국 관리는 “소말릴란드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조용히 논의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국제적 승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의 ‘자발적 이민’을 오랫동안 옹호해온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받아들일 국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스라엘이 국방부 내에 “매우 큰 규모의 이민 부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안은 강제 이주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강제 이주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 주민과 아랍권 국가들은 트럼프의 이주 계획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이 ‘자발적 이주’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는 강제 이주에 불과하다”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