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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초선 15명에 ‘10만엔 상품권’ 파문…이시바는 왜 순순히 인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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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초선 의원들에게 1인당 약 100만원 어치 상품권을 건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14일 “고생하는 의원들과 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한 같은 것으로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높으며 총리직 사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일본 언론들에 보도된 ‘초선 의원 상품권 배부’ 와 관련해 “‘오미야게’(여행지 등에서 친지나 친구 등을 위해 사오는 선물)를 대신해 건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내 사비, 호주머니 돈으로 상품권을 건넸다”며 “정치활동에 관한 기부가 아니어서 정치자금규정법상 문제가 없고, (상품권을 받은 이들 가운데) 내 지역구(돗토리현 제 1구)에 사는 사람이 없는 만큼 공직선거법에도 어긋나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많은 분들께 걱정과 폐를 끼친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그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전날인 13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가 지난 3일 중의원 초선 의원 15명과 식사자리를 앞두고 1인당 10만엔(98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로 줬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총리가 이날 밤 이들과 간담회 형식의 식사를 예정했는데, 이에 앞서 이날 낮 총리 비서가 해당 의원들의 사무실을 찾아 상품권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총리 비서는 “오늘의 ‘오미야게’”라며 대형 백화점의 종이 봉투에 상품권을 담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총리에게서 받은 것이어서) 고맙게 여겨 의원회관 사무실에 기념으로 뒀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은 문제가 불거지자 상품권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관련 보도가 나온 날 밤 11시20분께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만나 보도 내용을 인정한 뒤 “가족 등이 고생하는 것을 위로한다는 뜻으로 준비했다”며 “자민당 총재로서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정치활동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에는 정치활동과 관련해 정치가 개인에 대한 금전 등의 기부를 금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시바 총리와 초선 의원의 식사 자리가 정치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에 따라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정치자금 문제에 정통한 이와이 도모아키 니혼대 명예교수(법학)는 엔에이치케이 방송에 “1인당 10만엔이라는 고액 상품권이 사회통념상 ‘오미야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정치활동이 아니라는 주장이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안이 그대로 허용되면 정치헌금에 대한 구멍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곤혹스러운 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시바 총리가 ‘정치 활동와 무관한 것으로, 의원들에게 수고를 끼쳐 미안하고 가족들에 대한 오미야게 대신 격려의 뜻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게다가 하야시 관방장관은 당시 이시바 총리가 마련한 저녁 자리에 참석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하야시 장관은 ‘상품권 선물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개인적인 일을 브리핑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삼가겠지만 법령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은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관련한 질문만 이례적으로 6분 넘게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며 ‘상품권 스캔들’로 확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 안에서는 “뚜렷한 위법성이 없고, 문제가 될 것도 아니다”며 이시바 총리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조차 “자민당 파벌 의원들의 ‘비자금’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 또다시 돈 관련 문제가 나온 것은 시점이 좋지 않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새해 예산안 심의와 정국 운영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에이치케이에 따르면, 연립여당인 공명당 간부도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정국에 끼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야당은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믿기지 않는다.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말했고, 또다른 방송인 국민민주당에서는 “정치적으로 ‘아웃’이고 새해 에산안 통과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예상되는 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이시바 총리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인사치레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여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첫 보도가 나간 3일밤 이시바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모임 등에서도 똑같이 상품권을 나눠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생해준 분들과 가족들과 한 명, 한 명 따로 식사할 형편이 안돼서 ‘감사하다'는 취지로 건넸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이 의원실에 ‘상품권 봉투’를 총리한테 받은 자랑처럼 장식해놨다는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2005년에 처음 중의원에 당선됐던 다이라 마사아키 디지털상은 과거에 비슷한 일이 일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첫) 당선된 직후에는 파벌이 있어서, 식재료를 사거나 구두를 맞출 수 있는 상품권 같은 것을 (자민당) 국회대책위원회나 파벌에서 수고했다는 뜻으로 나눠줬던 일이 있었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가 직접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오히려 사안이 확대될 여지도 있는 대목이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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