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지난 2일 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이지현의 머그샷.(사진=충남경찰청)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최근 '서천 묻지마 흉기살인'을 저지른 34세 이지현을 비롯해 올해 흉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중 3명의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다만 여전히 범죄자의 얼굴,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범죄 예방 효과로 연결되는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충남경찰청은 전날(13일)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 신상공개법)에 따라 살인 혐의를 받는 34세 이지현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게시했다.
경찰이 올해 신상공개를 결정한 피의자는 이씨를 비롯해 총 3명이다. 지난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생 김하늘(8)양을 흉기로 살해한 교사 명재완(48)과 피해자 234명을 성착취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목사방' 운영자 김녹완(34)이 그 대상이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범죄의 명백성, 잔혹성, 사회적인 범죄 예방 효과 등을 따져 신상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면 신상정보심의위원회 심의를 의뢰한다.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10명 내외의 심의위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신상공개가 결정된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4조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조건으로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언론을 통해 그의 신상이 공개되며 흉악범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의 급물살을 탔다. 이후 2010년 중대범죄 신상공개법이 만들어지고 현재의 신상공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14년 1월부터다.
10년 넘게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상공개 찬성론은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신상이 공개될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유사 범죄 재범 발생을 억제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국민 법 감정과 실제 양형간의 괴리를 보충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낮은 형량을 받는 범죄자들이 많은 만큼, 신상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부합하는 엄벌을 내릴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에 대한 정보는 공적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라며 "피의자의 정보를 선별해 소극적으로 공개하는 현재 신상공개 제도를 국제 표준에 맞게 적극적으로 확대·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상공개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상 공개가 흉악범죄 발생을 줄인다는 '공공의 이익'을 증명할 만한 실증 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죄 판결 전까지는 피의자를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상공개가 결정되는 기준도 모호하다. 신상정보심의위에서는 범죄의 잔혹성, 명백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한다는 기준을 도입했지만 사실상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 신상공개 결정이 몰리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보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킬수록, 관련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릴수록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상공개가 되더라도 실제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신상 공개가 대상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 세계적으로 신상공개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 안전,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어떤 가치를 우위에 둘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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