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영암군 도포면의 한 농장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02년 11월 구제역 청정지위를 획득한 전남에서 23년 만에 첫 구제역 발생이다. 2025.3.1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구제역은 남의 일인 줄 알았어요. 안 그래도 한우농가가 어려운데…"
14일 오전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전남 영암군 도포면 수산리의 한 축사. 흰색 방역복을 입은 가축위생방역본부 직원들이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마을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했으니 확산 예방을 위해 철저한 소독과 외부인 출입 통제를 당부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도로에는 한우 살처분을 위한 굴착기와 방역차량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고요했던 마을이 한순간에 비상에 걸렸다.
농장주 김희문 씨는 축사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역당국은 전날 오후 구제역 확진판정으로 김 씨의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162마리의 소에 대해 살처분을 예고한 상태였다.
김 씨는 축사 일을 대부분 아들이 하고 있는데 3일 전부터 소들이 평소 먹는 사료보다 적게 먹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호흡기병을 의심해 방역당국에 신고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 일부가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였다.
김 씨는 "구제역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호흡기병을 의심했다"며 "어제 밤 11시쯤 전화가 와서 구제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빠른 처분만이 구제역 확산을 차단할 수있는 방법이지만 전재산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자 허무함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청년 시절이던 28살부터 소를 키워왔다는 그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다고 했다.
평소에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장에서 키운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팔지 않고 키우는 사육방식을 고수했다.
14일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영암군 도포면의 한 농장의 출입이 통제된 상황에서 살처분 중장기들이 들어가기위해 방역소독을 하고있다. 2025.3.1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가축시장에서 소를 사오면 전염병을 갖고 들어올 확률이 높아서다.
그는 "30년 전 브리셀라 전염병이 유행이었을 때 2마리 죽은 이후로 처음이다"며 "이것 가지고 먹고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축산 농가들은 청정구역이던 전남에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자 당황하며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역대로 설정된 수산리 농가 반경 3㎞에는 구제역 확진농가를 제외하고 136농가가 소·돼지·염소 등 2만9429마리의 우제류를 사육 중이다.
조영윤 덕진면 이장(72)은 "아침에 면사무소에서 오면서 인근 농가주인과 통화했는데 살처분하면 농가 손해라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은 확진 농가 소 살처분하는 한편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구제역 확산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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