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아파트입주자대표희의가 단체보험으로 화재보험법에 의한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각 구분소유자들끼리 타인성이 인정되는지와 관련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다.
사진=미드저니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보험사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2020년 11월 20일 이 아파트 705호에서 고광열적외선 조사기 사용 중 잘못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705호 안방과 거실을 전소시킨 후 복층 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1305호 내부 전체에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고, 도배지 교체 및 페인트 마감의 재시공이 필요하게 됐다. 복구 소요 비용은 약 948만원이었다.
C씨의 보험과 건물 단체보험이 중복보험 관계였기 때문에, A보험사와 B보험사는 절반씩 부담해 C씨에게 각각 474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보험사는 해당 화재가 705호 소유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B보험사가 보험금을 구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원고인 A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아파트 각 구분소유자가 공동피보험자로서 ‘타인’에 해당하지 않아 서로 간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의 피보험자 측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해 그 책임을 50%로 감경한다”는 취지의 판단도 제시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아파트 단체보험의 법적 성격을 분석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 각 세대의 소유자는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대해 피보험이익을 갖게 되고, 그 외의 아파트 세대에 대해서는 피보험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특수건물배상책임보험의 적용과 관련해 ‘705호 건물의 피보험자’는 ‘그 소유자 및 그 주거를 같이하는 직계가족’이고, 그 외의 아파트 전유부분의 소유자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다. 따라서 705호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1305호 건물이 손해를 입었다면, 1305호 건물의 소유자는 705호 건물 소유자에게 ‘타인’에 해당하므로 705호 건물 소유자는 화재보험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2심은 또 B보험사의 책임제한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화재는 705호 건물 소유자 또는 거주자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화재보험법은 피해자 구제 측면을 고려해 피보험자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손해를 배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며 B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단체보험은 화재보험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의무보험으로서 각 세대별 전유부분을 포함한 아파트 전체를 보험목적물로 삼고 있으므로, 보험증권에 피보험자로 입주자대표회의만 기재돼 있더라도 그 피보험자에는 특약부화재보험의 가입의무자로서 각 구분소유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수건물의 각 구분소유자는 각자가 소유하는 부분에 관해 서로 구분되는 피보험이익을 갖는다”며 “보험계약 전체에 대한 공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피보험이익은 각 피보험자들이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관리대상으로서 그들이 소유하는 부분별로 구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 사건이 소액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쟁점이 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히며 아파트 구분소유자 간의 ‘타인성’ 관련 논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단체보험으로 화재보험법에 의한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각 구분소유자들끼리 타인성이 인정되는지와 관련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16층 이상의 특수건물에 해당하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재 발생 세대는 다른 세대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아파트 화재 사고 발생 시 피해 세대는 화재 발생 세대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아파트 단체보험에서 특수건물 화재대물배상책임 특별약관의 해석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제시돼 유사 사건에서의 법적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된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