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왼쪽)과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미국 관세 대응 철강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제철은 14일 오전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라며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회사 측은 "최근 국내외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했다"며 "다방면으로 극한의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은 철강 업계를 둘러싼 국내외 복합위기 속에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150억원으로 전년(6504억원)보다 무려 97.7% 감소했다. 외형 성장 지표로 여겨지는 매출 또한 18조617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쳐 이전 연도(21조6094억원)보다 13.8% 줄었다.
이 같은 경영 실적 악화는 국내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이 최근 포항 2공장 가동을 축소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포항 2공장에서 건설업에 주로 쓰이는 봉형강(철근·H형강)을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으로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판매량(540만1000t) 또한 전년(632만7000t) 대비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 2공장 근무 체제를 기존 4교대에서 2교대로 바꾸고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나 인천공장 전환 배치 신청을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도 비상 경영 체제 돌입에 한몫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모두 877만t으로 2017년(1153만t)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기록했다. 중국산 철강재는 현대제철을 포함해 국내 철강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보다 최대 30%가량 낮은 가격에 유입됐다. 국내 철강 업계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재의 미국 시장 가격이 25% 상승함에 따라 고부가제품을 제외한 범용 철강 제품 등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업계로선 고부가제품이 사용되는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강 교수는 " 대미 수출 규모가 큰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 등 기회 요인들을 잡고 미국 내 투자를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파업도 현대제철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노조와의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성과금 문제 등으로 협상이 공전하자 노조는 최근까지 총파업과 부분·일시 파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노조는 당진제철소에서 전날 오후 7시부터 오는 20일까지 재차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제철 사측은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 450%+1000만원)의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그룹사인 현대차의 '기본급 500%+1800만원' 수준의 성과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악화한 경영 여건 속에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과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65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경영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1인당 평균 2650만원 수준의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노사 갈등이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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