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산으로 인한 역성장을 우려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소수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 구조개혁·불평등에 관해 기조 연설하고 있는 이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2050년부터 역성장에 돌입할 수 있다며 저출산 해법으로 소수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 입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선 ‘스콜(squall)’ 현상이 한국에 찾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2030년대부터는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사과 재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소 배출권 총량을 줄이는 등 보다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책이 필요하단 점도 지적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기준 46.9%이지만, 출산율이 0.75명 수준을 유지할 경우 50년 후(2073년) 국가채무 비율이 182%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현재 청년세대는 청년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이지만, 50년 후에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청년 세대 내 퍼진 경쟁과 불안을 부추기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구·GDP·일자리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50%가 넘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5% 내외, 영국과 이탈리아는 10~20%, 프랑스는 20~30%, 일본조차도 3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집중 이면에 입시제도가 깔려있다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앞서 그는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필요성을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고 명문대로 인정받는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출신 비율은 32%로, 서울의 학령인구 비율(16%) 의 두 배”라며 “특히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학령인구 비율(4%)의 세 배인 12%에 달하며, 이는 사교육이 강한 강남권이 상위권 대학으로 가는 주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환경과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우수한 지역으로의 이주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나아가 저출생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그는 이날 포럼에서 기후변화 극복 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의 양상을 보면, 마치 태국이나 남아메리카에서 발생하는 ‘스콜(squall)’ 현상이 한국에까지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극한호우의 발생 빈도가 1970년대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하천 제방의 약 20%가 구조적으로 ‘미흡’ 또는 ‘불량’ 판정을 받았으며, 국내 댐의 절반이 2040년까지 홍수 방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제적인 보완 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사과 등 먹거리 재배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203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고품질 사과를 재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논란이 되었던 ‘제 발언’이, 10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단 지적도 이어졌다.
기후 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단 지적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불과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처럼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 90%에 달하는 무상 할당 비율(Free Allocation Rate)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Cap)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