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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비명에도 민주당 끝내 상법 개정…“기업사냥꾼에 놀이터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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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경영진에 무차별 소송 우려
신사업 등 의사결정도 제약

민주 “소액주주 보호에 필수”
국힘 “전형적 포퓰리즘”반발
재계 “거부권 행사 해달라”


매일경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이날 상법 개정안은 재석 279명에 찬성 185명, 반대 9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한주형 기자]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법제화 방식을 놓고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대로 법안이 공포된다면 1년 뒤부터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된다. 소액주주 이익을 희생하면서 회사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면 이사들이 자칫 배임죄에 걸려들 가능성이 생겨나는 셈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전자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이 역시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확대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당론으로 정한 뒤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신설하면 만성적인 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재계 단체들은 주주의 회사 대상 소송이 남발되고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이 거세져 회사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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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삼았던 상법 개정안에 함께 포함됐던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은 재계 반대가 심하고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면서 본회의 상정이 지연됐지만 여야 간 별다른 추가 논의 없이 13일 상정됐다. 결국 여당 반대 속에서 야권 찬성만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표결 직전까지도 여야는 강하게 대치했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민주당이 먼저 주장한 게 아니라 정부가 주장한 내용인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하자니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동주의 펀드 공격이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오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오히려 장기 투자자들이 들어올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자본시장법을 통해 핀셋으로 하자는 건데, 모든 핀셋 규제는 지금까지 실패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영인 행동 지침인 상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고 이건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같이 추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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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주주 충실의무 도입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가 ‘한국 주식 초특가 세일’이라고 발표했다”며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상법 개정까지 시행되면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을 휘저을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출신인 같은 당 최은석 의원은 “기업 경영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가 만든 위험한 탁상공론의 결과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그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기업의 혁신은 애당초 불가능한데, 상법 개정안은 그걸 기업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권표를 던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여야가 상법 개정을 두고 대치하기보다는 국회가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힘을 합치는 게 좋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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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오늘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 국민의힘은 즉각 재의요구권을 건의해 우리 기업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은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려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으로는 ‘K엔비디아’를 외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경제 질서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며 “경제를 망치는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계에서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된 것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상의는 “제조업이 주력인 우리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술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외부 기업 사냥꾼의 공격 대상이 되고 경영권 방어에 치중함으로써 기술 개발, 시장 개척 등 성장 의지가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해져 기업이 경영에 전념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경협은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등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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