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13일 “탄핵이 기각되는 순간 바로 비상계엄이 발동한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인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1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만이 내란 획책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자 정의”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마지막 예의가 있다면 사법부와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김 지사는 “탄핵 인용만이 내란 획책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자 정의”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마지막 예의가 있다면 사법부와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반헌법적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7년 체제가 극과 극으로 가다 보니까 결국은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말았다”며 “늦어도 2028년 23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헌법을 개정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어록 중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과 ‘행동하는 양심’ 등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김 지사는 “이제는 민주당의 본산 호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호남주자론’의 역할에 직접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인터뷰는 11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대면 인터뷰와 13일 서면 보충질의를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반대 여론이 너무 팽팽하다.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국론 분열에 대한 걱정이 클 텐데.
“탄핵 선고를 앞두고 전국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일부 극우세력은 또다시 지난 서부지방법원 습격과 같은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국민 간 분열과 갈등이 극심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IMF 위기에서 자발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코로나 팬데믹 때는 모범적인 K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 국민의 저력과 지혜로 다시 한번 지금의 비상시국을 극복하고 희망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3월 중순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 파면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가.
“윤 대통령은 경고용 계엄이라고 하지만 국무회의 심의라는 계엄 절차를 위반했고, 전시·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와 공공 안녕·질서유지라는 계엄 선포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게 내란 획책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고 정의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마지막 예의가 있다면 사법부와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뭐가 돼야 한다고 보는지.
“윤석열 파면만이 헌정 질서 회복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거 이상 다른 게 없다. 더구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석방으로 인해 대통령이 마치 영웅처럼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분노가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는 말씀을 하신다. 내란을 총지휘한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다? 그 밑에 부하들은 전부 다 감옥에 있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늘 강조해 왔다. 개헌에 대한 소신은.
“1987년 헌법 체제하에서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한 집중과 정치적 극한 대립 속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다시는 이러한 반헌법적 사태가 재발되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정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재창조를 위해 새정부 출범 후 3년 이내, 2028년 국회의원 선거 전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총리는 내정을 이끄는 체제로 가야 한다.”
―야권의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본인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방 18년, 중앙 10년의 공직생활, 국회의원 8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을 역임하며 오랜 세월 국민을 위해 힘써 왔다. 도지사로서는 도민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두루 살피고, 국회의원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월호 참사 등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에 강하게 맞서 싸웠다. 특히 어려운 현안은 폭넓은 토론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해 대부분 성공시켰다. 현재 전국적 지명도는 낮지만 국민을 위한 혁신적 정책과 대안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 온 저의 경험과 진심이 국민께 잘 전달되도록 힘쓰겠다.”
―전남의 첨단 전략산업에 우주항공을 빼놓을 수 없다. 남해안 우주산업벨트 조성에 전남의 역할은 무엇인지.
“전남도는 대한민국 유일 우주 터미널인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1조6000억원 규모의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민간 발사장과 우주발사체 국가산단, 국방위성 전용 발사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사이언스 콤플렉스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지역 대학이 참여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 연계 융합캠퍼스를 구축해 우수한 우주항공 전문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우주항공청의 사천과 진주를 중심으로 우주 위성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경남과 남해안 우주산업벨트 구축에 적극 협력하며, 글로벌 우주항으로 힘차게 도약하겠다.”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지방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정책은.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 중심의 경제·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 우주발사체 국가산단, 바이오 특화단지 등 지역 맞춤형 첨단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의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지역 에너지 자립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첨단기업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검토하고 있다. 국립의대 설립 추진 상황은.
“최근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통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 조정’을 발표했으나, ‘전남도 국립의대 신설’은 포함하지 않아 지역민들의 우려가 크다. 의대 증원과 의대 신설은 별개의 문제다.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신설’은 지역·필수의료 강화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안정까지 견인할 국가적 과제다.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국정협의회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쉽지 않다면 새정부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
―전남의 강점이 풍부한 청정자원이다.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 추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전남도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일자리 감소를 대비해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생기본수당, 농어민공익수당, 청년문화복지카드 등과 더불어 햇빛·바람연금 등 ‘에너지 기본소득’에도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정부로부터 발전 허가를 받은 21.8GW를 계획대로 구축하고, 신안군 햇빛연금처럼 주민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 ‘에너지 기본소득 1조원시대’를 열 계획이다. 최근 해상풍력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제정과 분산에너지법 개정에도 더욱 힘쓰겠다.”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MOA(합의각서)를 체결했는데 가능성은.
“3년 이내에 AI 슈퍼 클러스터 데이터 센터를 완공할 수 있고, 세계적인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데가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해남 기업도시라고 판단을 한 것 같다. 외국계 투자 자문회사가 전남의 입지 여건 등을 아주 높게 평가를 해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120만평 부지에 2028년까지 7조원, 2030년까지 8조원 등 총 15조원을 투입해 3GW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게 된다. AI 산업에 필요한 기업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무안=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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