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에서 설 이후 농축산물 물가동향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2025.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가 3% 가까이 오르고, 식품업체들이 개별 상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면서 먹거리 물가에 대한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워 연일 간담회·현장방문 등을 통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식량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인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품업계를 향한 가격 인하 압박은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농심(004370)과 CJ제일제당(097950) 등 주요 식품 기업은 정부의 당부가 무색하게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강행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고환율 영향, 식품가격에 본격 전이…장차관 나서 연이어 식품업계 설득
지난달 11일에는 송미령 장관이 17개 식품기업을 만났고, 25일에는 박범수 차관이 17개 외식 기업·3개 협회와 면담했다. 이달 11일에도 박범수 차관이 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 현장을 방문하고, 13일에는 강형석 농업혁신정책실장이 13개 식품 기업과 간담회를 했다.
통계청의 가공식품 물가 조사에 따르면 2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9% 상승해 전월 대비 오름폭이 0.2%포인트(p) 커졌다.
지난해 12월 고환율에 따른 식품 물가 상승 우려에 농식품부는 "식품업계는 최근 환율 급등 이전에 약 2~3개월 치 주요 원자재를 확보해 놓은 상태로 당분간 가공식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해당 물량이 연초 소진되고 고환율 영향이 원자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자 식품업체들은 올해 2~3월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는 2월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고. 뚜레쥬르도 3월에 110여 종 제품 가격을 약 5% 올렸다. 롯데웰푸드(280360)는 26종 제품 가격을 9.5%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이달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만두, 햄, 소시지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농심도 이달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을 포함해 총 56개 라면과 스낵 브랜드 중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당부에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는 세계식량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 등 원자잿값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월에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팜유가 포함된 유지류(액체나 고체 상태 기름) 국제 가격은 전월 대비 2% 올랐다. 버터·탈지분유 가격도 오세아니아 지역 우유 생산 감소로 4%, 설탕은 공급 부족 우려에 6.6% 올랐다.
정부 역시 업계 사정에는 공감하지만, 업계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에는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11일 롯데칠성음료(005300) 안성공장과 롯데웰푸드(280360) 평택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때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전에 소통해 소비자가 이해할 만한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가격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News1 권현진 기자 |
무·배추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할인 지원, 비출 물량 방출 총력전
이번 겨울 대설·한파로 생산이 줄어든 배추, 무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월간 소매가는 지난해 1월 3043원, 2월 3457원, 3월 3673원이었다. 올해 배추 월간 가격은 1월 4958원, 2월 5142원, 3월 5475원으로 1700~1900원가량 올랐다.
무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월 1596원, 2월 1705원, 3월 1875원이었던 가격이 올해에는 1월 3172원, 2월 3181원, 3월 3119원으로 대폭 오른 상태다.
정부는 1월 말부터 농산물 할인 지원 정책을 폈지만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기간과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당초에는 1월 30일부터 2월 12일까지 배추, 무만이 대상이었다. 정부는 2월 13일에는 할인 지원 품목에 양배추, 당근을 추가했고 20일부터는 봄동, 열무, 얼갈이, 시금치를 추가했다. 2월 19일까지였던 할인 기간도 2월 26일로 늘었다가 가격이 안 잡히자 3월, 4월로 연이어 연장했다.
정부는 소매가 할인 지원에 더해 비축량 방출, 할당 관세 등 정책 수단도 동원 중이다.
7일 발표된 배추·무 수급 안정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배추 비축 물량 2600톤, 무 비축 물량 500톤을 방출한다. 아울러 aT 직수입 물량도 배추·무 각각 200~500톤을 시장에 풀어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
아울러 내년에 이런 가격 급등, 강세 지속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약재배 물량을 30~45% 확대해 배추 7000톤, 무 1000톤을 추가한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