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가능성 열어둔 ‘트럼프 관세’
세계 각국 전략따라 엇갈린 행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두고
캐나다·EU 즉각 반격 나섰지만
멕시코·브라질 차분한 반응 보여
세계 각국 전략따라 엇갈린 행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두고
캐나다·EU 즉각 반격 나섰지만
멕시코·브라질 차분한 반응 보여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왼쪽) [AP =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할 때까지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유연성(flexibility)’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시점까지는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질문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사진 = 연합뉴스] |
이와 함께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한 사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발표가 예고된 다음달 2일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멕시코를 대상으로 25%를 부과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한달간 유예했는데, 이같은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날도 다음달 2일이다. 이날이 ‘트럼프 관세’의 ‘빅 데이’인 셈이다.
사실상의 ‘협상시한’을 받아든 주요국들은 각자 셈법에 따라 ‘보복’과 ‘순응’ 사이에서 상반된 대응에 들어갔다.
우선 캐나다와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한 보복조치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13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펜타닐·불법이민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시행했던 3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와는 별개의 추가적 조치다. 미국은 USMCA 적용 품목에 한해 관세 적용을 한달간 유예했지만, 캐나다는 보복관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캐나다는 트럼프 관세에 도합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예고했던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추가 보복 관세의 시행은 4월 2일로 연기했다.
그리어 미국무역대표 [AFP = 연합뉴스] |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내달 1일 시행되는 EU의 보복 관세 1단계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도입했다가 2021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취임 이후 중단한 ‘재균형 조처’다. 이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 총 80억 유로(약 12조원) 상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가 관세율은 품목별로 10~50%에 달한다.
다음달 13일부터 적용되는 2단계 조처는 총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의 ‘미 공화당 민감품목’을 표적으로 한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텃밭인 루이지애나주 주력 수출 품목인 대두를 비롯해 캔자스, 네브래스카주의 소고기와 가금류 제품 등이다.
EU의 보복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에서 이길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도 성명에서 “EU의 징벌적인 행동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국제 안보를 완전히 무시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EPA = 연합뉴스] |
중국도 대응조치를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모든 필요한 조치를 동원해 자국의 합법적 이익을 보호하겠다”며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다자 간 무역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 국가약품감독국은 같은 날 “중국은 현재까지 북미 지역에 펜타닐 계열 의약품을 수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2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 조치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미(對美) 2·3위 철강 수출국인 멕시코와 브라질은 즉각적인 맞대응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즉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창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장관급 회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보복 조치 여부는 상호관세가 발표되는 다음달 2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보복 조치에 신중한 입장이다.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그런 식(보복)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룰라 대통령이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브라질 매체 G1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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