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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단기사채 발행날 ‘등급하락’ 알고도 취소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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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신청 직전 마지막 단기사채 발행 당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자단기사채 발행주관사인 신영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13일 “2월25일 오후 4시께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는 재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7일 홈플러스 쪽에 단기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기존 ‘A3’에서 ‘A3-’로 강등된다고 최종 통보했다. A3-는 투기등급 바로 위 등급이다. 강등 사실은 다음 날인 28일 시장에 공시됐다.



2월25일은 홈플러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82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전단채)를 기업회생 신청(3월4일) 전에 마지막으로 발행한 날이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는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매하면서 사용한 카드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 증권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연 6~7%)를 준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미상환 잔액이 4019억원에 이르는 유동화 전단채의 변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 상품을 구매한 곳 중 상당수가 개인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등급 강등 정보를 사전에 알고서도 전단채를 발행한 건 비난 가능성은 물론 위법 여지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전단채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도 이를 문제삼고 있다. 자본시장에 밝은 한 변호사는 “신용등급이 다르면 이자율 등 발행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그걸 알고도 (발행)했다면 기만적 요소가 있는 것”이라며 “사기 또는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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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한 순간 발행을 취소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령 (신용등급 하락을) 발행 당일에 알았더라도 그 즉시 정정하고 취소했어야 했다. 일반적인 발행사라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 발행을 놔두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전에는 등급 하락 가능성을 몰랐다는 홈플러스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매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해왔고, 지난해 평정 보고서에서도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실적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등급 강등을 시사해왔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신용평가사와 기업들이 신용등급 결정 전에 소통을 많이 하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5일에 전단채가 발행됐더라도, 하루 전인 24일에 카드사 약정과 승인이 완료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2월24일에 카드사와 약정 및 승인이 모두 완료됐고, 이에 따라 25일 카드사가 대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단채 발행 적절성 문제는 금융당국의 손으로 넘어갈 모양새다. 금감원은 이날 “홈플러스 회생 신청 관련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 및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13일 오후 4시 기업어음 등의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 및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해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아닌 홈플러스는 감독 대상이 아닌 터라 신용평가사와 발행 주관사를 통해 발행 적절성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알린 뒤 전단채를 발행했을 때 시장에서 모두 팔리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속에 발행이 이뤄졌다면, 이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조해영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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