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검찰 깃발. 정효진 기자 |
검찰이 13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기로 다시 확정했다. 지난 12일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즉시항고 여부를 재검토했지만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앞서 구속기간 ‘날’ 산입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법원 판단을 존중해 즉시항고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천 처장이 즉시항고 필요성을 이야기하니 “불복 여부는 검찰의 업무 범위”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기로 확정하면서 내란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검찰총장 대통령 감싸기’라는 비판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즉시항고 제기로 방향을 바꾸면 기존에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세운 논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410조는 ‘즉시항고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즉시항고 제기기간인 7일 동안에는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뜻이다. 검찰은 석방은 곧 ‘구속취소 결정 집행’을 뜻하는 것이므로 석방과 동시에 집행정지 효력도 사라진다고 봤다. 따라서 검찰은 이미 석방을 한 뒤엔 즉시 항고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석방 후 즉시항고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8년 의정부지검 검사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피고인을 석방한 뒤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검사의 즉시항고가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인용 결정했다. 이에 석방됐던 피고인이 재수감됐다. 이런 사례는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재판부나 검사 업무처리에 오류로 보인다”며 “석방이 되면 항고 포기 의사가 있다는 건데 또 항고한다는 건 제동을 걸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가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보석과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잇달아 위헌으로 봤다는 점이 그 근거다. 그러나 검찰은 그간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행사해 왔다. 2004년 ‘구속 취소 시 검사의 즉시항고’를 명시한 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여부를 심리하자 검찰은 “위헌이 아니다”는 의견도 밝혔다.
검찰은 수긍하기 어려운 구속기간 산입과 관련해선 불복하지 않으면서 정작 기존 실무례를 따르라는 지침을 전국청에 전달했다.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 하라는 것으로, 법원 판단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검은 이날 “구속기간의 산정방법과 구속취소 관련 즉시항고 제도에 대해서는 법률해석 논란과 위헌성이 없도록 관련 규정의 신속한 정비 방안을 관계기관과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즉시항고 포기를 다시 확인하면서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내란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죄 등 혐의를 수사 중이다. 윤 대통령의 파면여부 결정 이후 다른 혐의로 추가 구속기소 할 수 있다.
대검 간부들과 달리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이후 대검과 협의하면서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즉시항고 해야 한다”고 버텼다. 그러나 최종결론은 간부들의 판단대로 ‘석방과 즉시항고 포기’ 였고 이날 재검토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검찰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 사회적 비판과 논란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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