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뉴시스DB) |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유럽이나 미국에 비축된 미국의 핵탄두를 폴란드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담당 키스 켈로그 특사와 최근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은 1999년 동쪽으로 이동했고, 26년이 지난 지금 나토의 인프라도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나에게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때가 왔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무기가 이미 이 곳에 있었다면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2년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 제안했다가 실패한 핵 공유 프로젝트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폴란드의 공산주의 정권은 냉전 기간 동안 소련의 핵탄두를 보관했으며, 이번에 미국의 통제 하에 있는 러시아 국경 근처에 다시 그런 무기를 비축하는 것은 러시아가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두다 대통령은 핵무기를 어디에 배치할 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이전한 것을 상기했다.
그는 "러시아는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할 때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력이 강해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FT는 분석했다.
두다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우산 제공 제안이 폴란드의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평가에 공감했다.
다만 폴란드 자체 핵무기 개발 제안에 대해선 "우리만의 핵 능력을 갖추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며 거부했다.
[뉴욕=AP/뉴시스] 지난해 5월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만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가운데). (사진=뉴시스DB) |
두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회담에서 폴란드 주둔 미군 유지를 약속했던 것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신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약속을 철회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고, 미국도 폴란드에서 그들만의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상에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이것은 섬세한 외교가 아닌 힘든 게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게만 친절하고 온화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처럼 시끄럽고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도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무도 이 전쟁을 막지 못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자"고 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주말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이 미국 측과 갈등을 빚었던 사건에서 미국 편을 들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위성 시스템 접근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및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불화를 빚었고, 머스크는 시코르스키에게 "소인배"라고 비난했었다. 이에 투스크 총리는 미국에 "동맹국에 오만함보다는 약한 파트너에게 존중을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두다 대통령은 시코르스키 장관이 스타링크에 대해 "완전히 불필요한 개입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위터 상에서 미국 정부와 논의할 게 아니라 외교 채널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옥손힐=AP/뉴시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옥손힐 게일로드 국립 리조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5.03.13. |
야당 법과정의당(PiS) 소속인 두다 대통령은 2023년 총선에서 투스크 총리 연합이 승리한 이래 갈등을 겪어 왔다.
그는 5월 폴란드 총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폴란드 국민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루마니아 대선 상황과 관련해선 "매우 우려스럽고 유럽의 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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