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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구멍 1만개…19세기 조선 병풍, 삼성 통해 부활

이데일리 장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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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국외재단·리움미술관 16개월간 복원 진행
병풍 내용·순서 확인하고 이름도 되찾아
'활옷'과 함께 내달 6일까지 일반 공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826년, 평안감사는 평안도 도과(道科·조선시대 각 도의 감사에게 명해 실시한 특수한 과거시험)에서 합격한 이들을 위해 대동강 뱃놀이를 시작으로 평양성과 부벽루 연회까지 성대한 잔치를 펼쳤다. 이는 8폭의 병풍으로 기록됐다. 세월이 흘러 병풍은 한국을 떠나 머나먼 미국 땅까지 오게 됐다. 그 사이 병풍에는 벌레가 먹어 1만 개의 구멍이 났고 그림 일부까지 훼손됐다.

리움미술관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특별전 중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리움미술관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특별전 중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8폭 병풍이 보존처리를 거쳐 새로 태어났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국외재단)이 삼성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일군 성과다. 30여 년간 우수한 보존 기술을 쌓아온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이 직접 보존처리에 나섰다. 1억원대의 재료비 등 보존처리 비용 모두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했다.

국외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1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성과 언론 공개회를 열고 보존처리를 마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를 첫 공개했다. 사립 미술관이 국외소재 한국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한 첫 사례다. 1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는 일반 관람도 진행한다.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보존처리 전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보존처리 전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엔 병풍의 순서를 알 수 없었다. 이후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병풍은 2023년 11월 국내에 반입됐고 약 16개월간 보존처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병풍 속 그림이 1826년 평안도에서 열린 도과 급제자를 환영하는 기록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순서도 재배열했으며 병풍의 이름도 지금과 같이 변경됐다.

남유미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장은 “병풍 골조의 흔적을 바탕으로 순서를 추정했다”며 “(잔치) 행렬의 방향과 장소, 평양성의 위치와 지도 등을 비교하며 이 병풍이 대동강을 건너서 대로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평양성을 거쳐 부벽루에서 연회를 하는 과정을 담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훼손이 심각했던 부분은 벌레가 파먹은 구멍이었다. 남 실장은 “8폭의 병풍에 1만 개 이상의 구멍이 있었다. 25년 동안 보존처리 업무를 하면서 이런 그림을 본 건 처음이었다”며 “그림에 덧대어진 종이에 쌀가루가 들어가 있었다. 쌀가루가 들어간 종이는 굉장히 드문데 그만큼 이 작품이 가치가 높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보존처리 과정.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보존처리 과정.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외재단 지원을 받아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이 보존처리한 ‘활옷’도 함께 전시한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예복 중 하나로 현재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20여 점 등 5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보존처리한 ‘활옷’ 또한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유물이다.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본연의 바탕색인 대홍색과 연꽃·모란·봉황·나비 등을 섬세히 묘사한 궁중 자수 기법을 되살렸다.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1799년 개관한 미국 내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다. 1800점 이상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단독 한국실을 운영하고 있다. 1883년 에드워드 실베스터 모스 박물관장이 고종황제의 고문이었던 파울 게오르그 폰 묄렌도르프를 통해 한국 유물 225점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전 앞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전 앞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후 앞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후 앞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다만 이번에 전시하는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와 ‘활옷’은 묄렌도르프가 구매한 유물과는 다른 경로로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흘러들어간 것들이다. 김지연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큐레이터는 “두 유물은 일본의 야마나카(山中) 상회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나카 상회는 일제강점기 한국 문화유산을 내다 판 업체다.

국외재단은 2013년부터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과 활용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외국은 한국의 문화유산만을 전문적으로 보존·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정희 국외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 보다 온전히 보존되고 현지에서 널리 소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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