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52일 만에 석방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가 석방되는 법적, 정치적으로 전례가 없는 혼란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반복적으로 악수(惡手)를 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 석방을 지휘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일선 검사들 사이 "반드시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이 석방 지휘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성이 이미 확인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결과적으로 절차적 하자를 부각시킨 검찰의 앞선 결정들 탓에 혼란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시킨 결정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뉴스1 |
심 총장은 지난해 12월18일 비상계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당시 공수처에 내란 혐의 수사권이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심 총장은 공수처가 이첩 요청의 근거로 삼은 공수처법 제24조 1항이 강행 규정인 만큼 수사·재판과정에서 위법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첩을 강행했다.
당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포함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심 총장은 전국 검사장들에게 "적법 절차와 관련한 어떠한 빌미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수처가 주도한 윤 대통령 수사는 적법성에 대한 의문만 품게 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은 구속 기간 문제뿐 아니라 수사 과정의 적법성 문제도 거론했다.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 셔터문이 내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과정도 현재의 결과를 놓고 보면 아쉬움이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1월23일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두 차례 윤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심 총장은 전국 고·지검장회의까지 열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검은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구속 기소가 상당하다'는 특수본 의견을 종합해 기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기소라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총의를 모으겠다는 취지였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구속 취소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법원이 판단한 윤 대통령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1월26일 오전 9시7분이었다. 검찰은 1월26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고·지검장회의를 열고 같은 날 오후 6시52분에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만약 조금 더 서둘러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더라면 석방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다음날인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 경찰 버스가 줄 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
검찰이 법률상 사용할 수 있는 즉시항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한 결정도 논란이다. 즉시항고는 법원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 다시 판단을 받아보는 절차로 즉시항고를 하면 서울고법이 구속 취소 여부를 다시 판단할 때까지 윤 대통령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 검찰은 구속 기간 산정에 대한 법원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즉시항고 없이 본안 재판에서 관련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
헌재가 앞서 보석·구속집행정지 등 인신구속과 관련된 검찰의 즉시항고는 위헌이라고 판단한 만큼 구속 취소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는 것 역시 위헌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서울고법에서 한 차례 더 구속과 관련한 절차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본안 재판에서 공소 기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끝까지 즉시항고 입장을 내세웠지만 결국 심 총장 뜻에 따라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심 총장이 지난 1월 검사장 서신에서 "공수처에 이첩된 사건 등은 모두 검찰에 송부돼 특수본에서 최종적인 수사와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은 실현되지 않은 셈이다. 검찰 뜻과 다른 결과가 계속해서 반복됐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 석방으로 심 총장은 정치적 부담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심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심 총장은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하고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내란수괴 윤 대통령을 풀어줬다. 그 자체만으로 심 총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총장에 대해 즉시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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