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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도 퇴직연금 갈아탈까?…은행에 맡겼다가 한숨 푹 이유 있었네

머니투데이 황예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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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위험도별 1년 수익률/그래픽=윤선정

은행·증권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위험도별 1년 수익률/그래픽=윤선정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가 시행됐으나 은행권에선 여전히 '초저위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중·고위험 상품의 수익률도 증권사에 비해 저조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11개 은행의 초저위험 디폴트옵션 상품 비중은 83.5~97.4%로 집계됐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서비스다.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가입자가 많아 수익률이 예·적금 금리 수준으로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은행권의 초저위험 쏠림 현상은 타 업권에 비해 두드러진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14개 증권사의 초저위험 비중은 25.1~87.4%다. 증권사는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에 고루 분산된 편이다. 초저위험은 운용사 입장에서 가장 전문성이 덜 필요한 상품이다. 정기예금에 100% 투자해 원금 손실 위험이 없어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초저위험 상품은 수익률 면에서 경쟁력이 거의 없다. 은행의 초저위험 포트폴리오 1년 수익률은 지난해말 2.80~3.12%였다. 지난해 12월 은행의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 금리가 3.1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초저위험 상품 수익률은 정기예금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의 지난해말 초저위험 1년 수익률은 2.81~3.55%로 상·하단 모두 은행보다 높았다.

은행은 중·고위험 상품에서도 증권사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말 은행의 중위험 포트폴리오 1년 수익률은 6.33~11.54%였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중위험 1년 수익률은 7.56~20.89%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수익률 상단이 은행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고위험의 경우 은행의 1년 수익률은 9.09~24.90%인 반면 증권사의 1년 수익률은 10.73~35.88%였다.

수익률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은행이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어서다. 같은 위험도의 상품이더라도 은행은 더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실제 KB국민은행의 한 중위험 포트폴리오는 정기예금에 30%, 펀드에 70% 투자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중위험 포트폴리오 중 하나는 예금에 25%, 펀드에 75% 투자한다. 증권사는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공격적인 운용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반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부족하기도 하다.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률 격차가 이어지면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해 10월말부터 올해 1월말까지 이동한 적립금은 2조4058억원으로, 증권사로만 4051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은행에선 4611억원이 순유출됐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도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며 "증권사가 수수료를 낮추다보니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이후 증권사를 선택한 고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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