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 괴롭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하면서도, 아침마다 신발을 신는 게 너무 괴롭네요. 발바닥이 찢어질 것처럼 아픈데 그걸 매일 견디려니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나왔죠.”
잦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담배를 달고 살던 서경제(40대·가명) 씨. 2년 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이 여러 개 잡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작은 물집을 터뜨려 보고 연고를 발라봤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차 악화됐다. 손·발바닥에 생긴 고름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걸을 때마다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걷기조차 힘들어지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업무상 외부 고객과의 미팅이 잦은 서씨는 손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움츠러들곤 했다. 서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뒤에야 '손발바닥 농포증(PPP· Palmoplantar Pustulos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손·발바닥에 생긴 물집…가렵고 불에 덴 듯한 통증에 1만 명 고통
PPP의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피부건조증, 피부 손상 외에 흡연, 과음, 스트레스, 수면부족, 감염 등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는 요인들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흡연은 PPP 악화와 강력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영국 피부과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PPP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흡연 경험이 있더라도 장기간 금연 상태를 유지한 경우 PPP 발생 위험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초 건강검진 당시 흡연자였지만 두 번째 검진 시점까지 성공적으로 금연한 그룹은 지속적으로 흡연을 한 그룹에 비해 PPP 발생 위험이 30%가까이 떨어졌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흡연이 손발바닥 농포증의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계속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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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제제 쓰면 눈에 띄게 좋아지는데···비용 부담에 발목
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그동안 선뜻 생물학적 제제를 권하지 못했다.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치료비 부담이 컸던 탓이다. 트렘피어의 경우 PPP 환자에게 처방할 때 처음 두 번(0주, 4주) 100mg을 투여한 다음 8주 간격으로 100mg씩 피하주사한다. 비급여 기준 트렘피어 100mg/1ml의 가격이 150만 원 상당이니, 한 해 6번 맞는다고 가정하면 약값만 9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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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부터 국가 희귀질환 지정···산정특례 적용 시 진료비 90% 경감
매년 2월 마지막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희귀질환은 전체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다. 정부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신규 지정 신청과 심의를 거쳐 매년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을 지정·공고하고 있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이 총진료비의 10% 수준으로 경감된다. 중위소득 140% 미만일 경우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돼 경제적 부담을 더 덜 수 있다. PPP를 포함해 66개 희귀질환이 작년 말 신규 지정을 받으면서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1314개로 늘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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