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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아빠 찬스' 채용 의혹…헌재 "감사원 감사 대상 아냐"

중앙일보 김준영.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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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제 채용비리 의혹인 이른바 ‘아빠 찬스’에 대해 실시한 직무감찰이 선관위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7일 나왔다. 헌재는 이날 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을 열어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수행 권한을 침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먼저 선관위에 대해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적 조치로 민주적인 선거제도와 규정이 헌법에 도입됐는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선거관리사무 및 그 주체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긴 것”이라며 “외부기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선거사무는 물론 인사 등에 관한 각종 사무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권한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규정한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헌법 97조)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 회계검사권과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무감찰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했다.

즉, 감사원 감사 범위는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이라며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법원·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에도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감사원 측이 “감사원법에는 ‘국회·법원 및 헌재 소속 공무원은 (직무감찰 대상에) 제외한다’(24조 3항)고 돼 있을 뿐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헌재는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배척했다. 선관위가 국회와 같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이상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 “선관위 부패 성역 아냐…자체 감찰 실효성 담보돼야”



2023년 5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제 채용비리 의혹을 처음 보도한 본지 보도. 중앙포토

2023년 5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제 채용비리 의혹을 처음 보도한 본지 보도. 중앙포토


다만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23년 5월 10일 당시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본지 보도로 촉발됐다. 이어진 언론 후속 취재와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감사원은 인력관리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 기관임을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와 여론의 압박이 계속된 끝에서야 결국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 수용하긴 했으나,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28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결정, 감사 자체 취소 아냐…향후 선관위 감사 못 한다



이날 헌재의 선관위 권한 침해 결정으로 감사원이 이미 실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직무감사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선관위로선 헌재가 ‘감사원에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사권이 없다’고 확인해줬기 때문에 선관위 전현직 공무원 32명 중징계 등 감사원의 후속조치 요구를 따를 필요가 없어졌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헌법)는 “권한쟁의심판은 형성판결(새 법률관계를 창설하거나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소멸시키는 판결)이 아닌 확인판결(법률관계의 존부 또는 진위를 확인하는 판결)로써 과거 감사까지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과거 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 요청 등 감사원의 지시는 따를 필요가 없고 향후 감사원은 선관위 감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관행, 선관위의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의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부정선거 맹신한 尹과 관련”, 감사원 “선관위 비리로 시작”



한편 이 사건은 선관위 청구로부터 1년 5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첫 변론이 열렸고 지난달 15일 2차 변론을 끝으로 종결됐다. 12ㆍ3 계엄 후 열린 두 차례 변론에서 선관위 측은 “직무감사가 감사원의 순수한 감시(목적)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고 부정선거론을 잘못 맹신한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명확해졌다”며 “본건을 판단하면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 측은 “계엄 사태에 빗대어 감사원이 윤 대통령의 부역자란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이 사건 감사의 시작이 마치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처럼 계속 주장하는데, 이 사건 감사는 선관위의 인사 비리가 언론에서 매우 크게 보도되고 이후 선관위가 진행한 감사가 미흡한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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