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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투자이민 대신 71억 '골드카드'…영주권 장사하는 트럼프

머니투데이 뉴욕=심재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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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묵은 투자이민제 폐지, 부유층 대상 '골드카드' 도입
불법 체류 단속 강화 맞물려 "이민 문턱 높인다"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만달러(약 71억6000만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이른바 그린카드를 주는 현행 투자이민 제도(EB-5)를 폐지하고 금액 기준을 6배가량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불법 이민자 단속은 강화하는 반면 부유한 외국인은 적극 유치해 국가 재정적자를 메꾸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사실상 '영주권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앞으로 미국 이민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행 그린카드 정책을 폐지하고 약 2주 후부터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으로 골드카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주권을 그린카드라고 하는데 앞으로 골드카드를 판매할 것"이라며 "골드카드에 약 500만달러의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린카드라는 용어는 1990년 미 의회가 자본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EB-5 이민투자자 프로그램에 따라 영주권을 허가할 때 녹색 종이에 인쇄되는 서류에서 유래한 말이다. 미 연방이민국에 따르면 이 제도에 따라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80만달러(약 11억5000만원) 이상을 미국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카드라는 명칭에 빗대 새로 도입할 영주권 제도를 골드카드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는 그린카드(영주권)의 특권을 줄 것이고 미국 시민권을 얻는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부유한 사람들이 골드카드를 사서 미국에 들어와 많은 돈을 쓰고 세금을 내고 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자들이나 애플 같은 IT 회사가 재능 있는 사람이 미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돈을 지불할 것"이라며 수백만장의 골드카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이민 제도 개정 방침을 공표한 것은 현행 제도가 실제 투자를 촉진하기보다 미국 영주권을 '싼값'에 확보하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왜 공짜로 (영주권을) 나눠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보수 정치권에서는 현행 투자이민 제도 신청자가 일자리 창출 통계를 부풀리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했다.

행정명령 서명식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그린카드 제도를 "넌센스이자 사기",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새로운 제도로 미국의 부채를 갚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수조달러의 자금이 미 정부 재정으로 유입될 수 있다. 미국의 현재 국가 부채는 36조달러 규모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 100만장은 5조달러고 1000만장을 판다면 50조달러"라며 "그렇게 되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부자들을 상대로 영주권 장사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의 발표를 종합하면 기존 제도가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새 제도는 정부에 직접 돈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영주권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악명이 높은 친(親)푸틴 세력 재벌 올리가르히도 골드카드를 살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하다"며 "그들은 500만달러를 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자에 대한 문호 개방 조치와 반대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에는 더 속도를 낼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가 14세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지문과 집 주소 등 개인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달러(약 716만원)의 벌금과 징역 6개월에 처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투자 이민의 문턱이 6배 이상 높아지면서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와 맞물려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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