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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있다. 2025.02.2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기 직전인 2023년 12월 말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오해받아 대통령실로부터 장관직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26일 발간한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책의 대담 부분에서 2024년 1월21일 윤 대통령이 한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사실 사퇴 요구는 그전에도 있었다"며 "가장 먼저 사퇴 요구를 받은 건 12월 말이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되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상태에서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때는 아직 법무부 장관이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갑자기 대통령실의 비서관을 통해 전화가 왔다. 비대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장관직도 사퇴하라는 요구였다"며 "그래서 물어봤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지만 비서관도 설명 못 했다"고 했다. 이어 "그 전화를 받고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 때문이었다"며 "여당 관계자의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거다.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라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이 아니었다며 친윤(친윤석열)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람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도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제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확인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그 비서관에게 그런 상황에서 장관이든 비대위원장이든 정상적으로 일하기 어려우니 즉시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고 썼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김건희 여사로부터 '잘못 알았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저의 사퇴 표명을 없던 일로 해달라고 했다"며 "뒤늦게 제가 한 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런 이유로 사퇴 요구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잘못 알았다는 것이 드러났으면 공적인 경로를 통해 사퇴 번복을 요청했어야 맞는 것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
한 전 대표는 책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황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한 전 대표는 2024년 12월4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의 독대에서 부정선거 의혹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내가 국회를 해산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석자 중 누가 국회 해산에 대해 먼저 말한 것도 아니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는 1987년 개헌 이후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없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고 썼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 전 대표가 자신이 체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듣고 계엄 저지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내가 계엄 저지에 나선 이유를 체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거짓 프레임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는 계엄 저지 메시지를 내기 전에 체포 관련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썼다.
다만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의 부당 지시와 관련한 폭로를 할 것이라는 사실은 미리 들었다고 인정했다. 한 전 대표는 "12월5일 늦은 밤, 신뢰할 만한 당 관계자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계엄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불법적인 지시를 받은 사실을 정치권과 언론 등에 공개적으로 폭로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체포한 정치인 등을 군 수감시설에 수용하려 했다는 얘기는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구체적 내용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여기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만 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 입장을 밝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12월10일 저녁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아무래도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사퇴하지 않고 탄핵 절차를 통해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대통령 측에 어차피 탄핵 절차로 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우리 당에게 탄핵 절차에서 법적으로 당당하게 다툴 테니 탄핵 절차로 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책에서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총선 당시 대통령실이 공천을 원하는 후보가 있었다는 의혹이나 윤 대통령 부부의 무속 관련 논란에 대해선 명확히 부인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실에서는 김경율 회계사를 우리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보내길 바랐다. 왜 김 회계사의 발언을 통제 못 하느냐고 저를 압박하기도 했다"며 "오히려 김 회계사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접 자택에서 만나면서까지 어떻게든 영입하려 했던 사람"이라고 썼다.
'총선을 앞두고 용산에서 원하는 후보들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어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은 여당을 자기 뜻에 따라야만 하는 당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해선 총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부부 무속 이슈에 대해 "무속 자체가 문제이진 않다. 다만 주류 정치에 무속이 끼어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물론 저는 대통령이 그 정도로 무속을 믿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직의 중요성 때문에 대중이 그렇게 의심하고 우려하는 상태만으로도 아쉽고 안타깝다"고 썼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한 전 대표 책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적잖게 담겼다.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보다 이재명 대표 집권 시 벌어질 '일상계엄'이 훨씬 심각한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의회 다수당인 것만으로도 이렇게 횡포가 심한데, 대통령 권력까지 갖게 되면 얼마나 위험한 일들이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썼다.
또 "만약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후에 확정판결까지 받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대통령직을 그만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줄줄이 나오는 판결에 따라 오래 수감돼야 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면 최고 권력을 가진 위험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까. 비상계엄을 발동해 사법부를 제압하면 그때는 해제하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여러 일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믿기도 했다. 좋은 기억들이 많다. 고마운 마음도 크다"며 "그런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안타깝고 괴롭다"고 썼다. 다만 "1년여 전부터 대통령의 변화가 느껴지긴 했다. '내가 알던 그분이 맞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면서 자신은 대통령실과 이견이 있을 때 비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제안을 했지만, 여러 차례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공개적인 직언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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