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전원위의 ‘내란 정당화 안건’의 상정을 앞두고 야당 방문단의 항의를 받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한국의 204개 인권시민단체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요청한 가운데, 특별심사 개시 여부가 3월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간리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안창호 위원장은 간리 승인소위(SCA) 위원장과 위원, 사무국 관계자들과 면담 계획을 잡고 있어,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간리에 “안창호 위원장이 비상계엄을 옹호한다”며 특별심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추가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24일 인권위와 인권단체 설명을 들어보면, 안창호 위원장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간리 연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 달 8일 5박7일 일정으로 출국한다. 안 위원장은 한국 국가인권기구 위원장이자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연합’(APF) 거버넌스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석하며, 간리 고령화 실무그룹 의장을 맡은 한국 인권위를 대표해 고령화 실무그룹 회의도 주재한다. 안 위원장의 활동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각 국가인권기구 등급을 심사하는 간리 승인소위(SCA)의 위원장과 위원, 사무국 관계자들과의 면담 계획이다.
간리는 승인소위(SCA)를 통해 5년에 한 번 파리 원칙(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 준수를 기준으로 124개 회원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등급 정기심사를 하고 있다. 간리 연례회의를 맞아 개최되는 이번 승인소위에서는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요청한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10월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 속한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간리에 서한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특별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에도 “한국의 인권위가 계엄 직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했고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인권위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서 안창호 위원장이 간리 승인소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것을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안창호 위원장은 회의 기간 중 열리는 제5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참석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성명 발표는 에이(A)등급 국가인권기구만이 가진 권한인데 이런건 누리면서 인권위 등급 하락할 일만 만든다“고 비판했다.
간리는 지난해 10월 특별심사 요청을 받은 뒤 한국 인권위에 해명서를 요구했고, 인권위는 안 위원장 명의로 이와 관련한 서한을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 계엄선포에 대한 그간 인권위의 태도에 대한 논란 등이 빠져 자화자찬만 담긴 서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만약 특별심사가 결정돼 이후 심사 과정에서 과거 현병철 위원장 시절(2009~2016)처럼 등급보류 판정이 내려지면, 한국 인권위는 간리 회의 참석과 지역대표 선출권한 등을 포함한 여러 제약을 받게 된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24일 오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한국 인권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간리 측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2월 내로 추가 자료를 발송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특별심사 개시가 결정된다면 5월 혹은 6월 중에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심사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정보를 영문으로 업데이트하고 정확한 정보가 담긴 영문기사 및 유엔 인권 관련 기구들에서 한국 인권위원회에 관한 서술이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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