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모의·극우 선동’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 후폭풍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상원의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브라질리아에 있는 국회의사당에 도착해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검찰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후폭풍이 일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 모함’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그들(반대 세력)의 작전 지침은 잘 알려져 있다”며 “모호한 실책을 조작하고,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고, 권력을 집중시킨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같은 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같은 자유당 소속의 야당 의원들은 브라질리아 국회의사당에서 기소 항의 시위를 열었다. 루시아누 로렌치니 주코 하원의원은 “검찰청이 입증되지 않은 범죄 혐의로 기소한 행위는 국민의 자유에 반하는 일종의 범죄”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를 주도했다는 증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매체 글로보는 그의 보좌관이었던 마우로 시드가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하며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시드는 자신이 2022년 브라가 네토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쿠데타 자금 용도의 현금을 받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준비할 당시 선거법원장이었던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에 대한 감시를 명령했다고도 증언했다.

전날 기소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 등 총 34명이 받는 혐의는 쿠데타 모의, 무장 범죄조직 가담, 민주 법치주의 훼손, 국가자산 훼손, 등록문화재 훼손 등 다섯 가지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10월 대선에 불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

피의자들은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면서 사회 혼란을 핑계로 군부 쿠데타를 준비한 혐의도 받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은 부정선거 논란이 일자 2023년 1월8일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연방대법원에 무단침입해 시설을 파손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룰라 대통령과 제라우두 아우크밍 부통령, 지모라이스 당시 연방선거고등법원장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입법·행정·사법 전권을 장악해 “새 질서”를 세우기 위해 비상기구 설치를 계획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다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에는 실패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고위 군 간부들이 쿠데타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재판을 맡은 연방대법원은 향후 2주 안에 재판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유죄 판결이 나면 12년~40년형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 통치 시절 군인이었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15년간의 좌파·중도 집권 시대를 끝내고 극우 결집에 성공해 2018년 대선에서 이겼다. 이듬해 1월 취임한 그는 4년간의 재임 기간 기후위기·코로나19 대유행 부정 등 극우적인 태도를 보여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불렸다. 점성술사 출신이자 극우 논객 올라부 지 카르발류로부터 많은 정치적 조언을 받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가 일찌감치 나오면 내년 10월 열리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재직 기간을 통틀어 최저인 24%로 떨어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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