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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김 양식’에 전남-전북-제주 도전장

동아일보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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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기술 개발 공모 사업 각축전

해수면 온도 높아져 재배량 감소… 정부, 육상양식 생산지 키우기로

CJ-풀무원-대상 등 대기업 참여… 350억 규모 사업 선정 3파전 양상
전남도와 해남군, CJ제일제당은 14일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공모 사업 선정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남군 제공

전남도와 해남군, CJ제일제당은 14일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공모 사업 선정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남군 제공


‘바다의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을 육지에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부가 총 350억 원의 사업비를 5년 동안 투입하는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공모 사업에 나섰다. 해수면이 아닌 육지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 사업에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대형 식품기업이 뛰어들었다. 공모에 선정된 자치단체는 수출 규모 1조 원을 돌파한 김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할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온 상승으로 육상 김 양식 불가피

10월부터 4월까지 생산되는 김은 섭씨 5∼15도에서 자란 것이 품질이 좋다. 하지만 수온이 올라가면 양질의 김 생산이 어려워진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5년간(1968∼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섭씨 약 1.36도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생장 시 온도에 민감한 김에는 치명적이다.

국내에선 김 생산이 한계에 부딪히자 되레 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2022년 김 수입량은 97t이었는데 2023년에는 299t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603t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북 고창군에 있는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 수산물안전센터 김 육상양식시험장 모습. 전북도는 지난달 이곳에서 김 육상양식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전북도 제공

전북 고창군에 있는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 수산물안전센터 김 육상양식시험장 모습. 전북도는 지난달 이곳에서 김 육상양식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전북도 제공


기후 위기로 수온이 점차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김 재배량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보여 육상양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해조류 섭취가 늘어나면서 식품위생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품질관리가 쉬운 육상양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육상양식은 수온과 빛 등 생육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고품질 김을 연중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해양 오염이나 자연재해 위험에서 자유로워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김에 생기는 질병인 갯병도 예방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정부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공모 사업은 2029년까지 종자 생산(120억 원), 시스템·품질관리(230억 원) 등 두 분야로 나뉘어 추진된다. 종자 생산 분야는 육상양식 적합 품종을 선별하고 연중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스템·품질관리 분야는 김 연중 생산 육상양식장 구축과 품질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 전남도-전북도-제주도 공모 신청

이번 공모에는 전남도-해남군-CJ제일제당, 전북도-풀무원-대상, 제주도-동원F&B 등이 참여하면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남도-해남군-CJ제일제당은 국내 최대 물김 생산지의 노하우와 CJ의 글로벌 유통망을, 전북도-풀무원-대상은 새만금 권역의 넓은 부지와 풀무원의 식품 가공 기술을, 제주도-동원F&B는 청정 용암해수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각각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남군은 김 산업 진흥구역과 수산양식 기자재 클러스터 지정으로 실증 연구가 가능하고 업계 최초로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의 노하우가 합쳐지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는 2022년부터 풀무원과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김 육상양식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또 공주대, 군산대 등과 협력해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동원F&B와 지난해 10월 김·해조류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동원F&B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수온이 연중 15도 내외로 안정적인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해 우수한 품질의 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사전 검토와 서류·대면평가를 거쳐 4월 대상지를 최종 선정한다. 기업의 기술력과 자치단체의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각 자치단체는 이번 공모 사업이 지역 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단순한 김 생산을 넘어 양식 기자재 산업, 가공식품 산업 등 연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 공모 사업 선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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