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표단은 해당 협상에 참여 안해
유럽 역시 미국-러시아 대화에서 배제, 17일 긴급 비공식 회의 개최
美 국무, 뒤늦게 '패싱'논란 해명..."아직 모두 참여할 단계 아냐"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 61회 뮌헨안보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올렉시 체르니쇼프 우크라 부총리, 볼프강 슈미트 독일 연방총리청장(장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부터)가 양국 협력을 약속하는 문서에 서명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약 3년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자 대화를 예고한 가운데 협상에서 배제된 유럽과 우크라 모두 혼란에 빠졌다. 이들은 일단 비상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날 폭스뉴스를 포함한 미국 매체들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대표단이 18일 사우디에서 우크라 전쟁 협상을 위해 러시아 협상단과 만난다고 전했다. 같은날 우크라 정부는 사우디에 대표단을 보냈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우리 대표단은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당국자들과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역시 이번 중동 순방에서 미국이나 러시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크라 종전을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 "매우 곧"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날 미국 매체들은 트럼프가 오는 4월 20일까지 우크라 휴전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같은날 공개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젤렌스키는 15일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침공 전 국경까지는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러시아가 2014년 불법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 발짝 물러섰다. 미국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달 발표에서 우크라가 2014년 이전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3년에 걸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를 지원했던 유럽은 트럼프가 유럽 및 우크라를 빼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를 시작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14~16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우크라 종전을 위한 청사진 대신 유럽 동맹들의 지출 확대만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우크라·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15일 MSC에서 양국 평화협상이 열릴 경우 유럽이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 각국은 미국과 러시아만 참여하는 협상에 즉각 반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수도 파리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초청받았다.
미국의 루비오는 종전 협상 참여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16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진짜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는 침략 당했기 때문에 (종전 협상에) 참여해야 할 것이고, 유럽인들은 푸틴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트럼프는 지난주 푸틴과 통화했고, 푸틴은 통화에서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며 "트럼프는 이 갈등이 지속가능하고 우크라의 주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분명히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화 한 통으로 평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우크라이나 지원 현황>
-(상단부터) 미국: 1192억달러, 유럽연합(EU): 521억달러, 독일: 181억달러, 영국: 154억달러, 일본: 110억달러, 캐나다: 87억달러, 덴마크: 84억달러, 네덜란드: 77억달러, 스웨덴: 57억달러, 프랑스: 51억달러
-녹색: 군사 지원, 황색: 금융 지원, 청색: 인도적 지원
-2022년 1월 24~2024년 12월 31일 기준
*자료: 스태티스타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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