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성동구 무학여고 별관 급식실은 흡사 폐건물 같아 보였다. 1층 필로티(지상층에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는 개방된 공간)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들은 내부에 있을수록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까맣게 타들어 가 있었다. 벽은 까맣게 그을렸고 주차장 바닥엔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조리실이 위치한 2층 창문은 모두 깨져있었고 건물 외부는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물이 다 드러났다./사진=민수정 기자. |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급식실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한 관계 당국이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교내에 주차된 외부 차량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추정이 나온 가운데 화재 당시 해당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경찰 과학수사대,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 당국 20여명은 17일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급실식 건물 화재 현장의 합동 감식에 투입됐다. 관계자들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 15일 무학여고 외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 전기차는 없었다.
통상 화재 현장 합동 감식에서는 관계 당국 간 정보 공유 시간을 갖고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연소 형태를 관찰하기도 한다. 목격자가 합동 감식 현장에서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며 학교의 화재 예방 대비 측면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17일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시교육청과 소방에 따르면 무학여고 급식실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해당 건물에 자동 화재탐지설비와 폐쇄회로(CC)TV는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무학여고 급식실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르면 층수가 6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야 하는데 무학여고 급식실은 4층 건물이다. 또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이면서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이면 해당 층에 설치해야 하는데 무학여고 4층은 이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부터 정부가 교육시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유치원, 특수학교, 학교 기숙사 등만 명시돼 있을 뿐 화기가 많은 급식실과 조리실은 배제돼 있다. 학교 기숙사가 상대적으로 화재 인지를 잘 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방시설 설치에서 급식실보다 우선했다.
전문가들도 교육시설에 소방시설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용민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학교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위험한 곳은 급식실과 과학실"이라면서 "법적 의무대상이 아니면 국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면서 "불이 처음엔 아주 작지만 (나중엔) 소방차 여러 대로도 안 되지 않냐. 스프링클러 하나가 소방차 여러 대 보단 낫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오후 1시35분쯤 무학여고 인근을 지나가던 택시 기사로부터 화재에 관한 신고를 받았다. 방학 기간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차량 11대가 불에 탔으며 급식실 1층 주차장은 반소, 2~4층은 건물은 화재로 검게 그을렸다.
1층 필로티(지상층에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는 개방된 공간)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들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까맣게 탔다. 조리실이 위치한 2층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고 건물 외부는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물이 모두 드러났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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