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앞에서 집회 반복되자
“고시 코앞인데, 집중 안 돼”
“고시 코앞인데, 집중 안 돼”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김송현 기자] |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한자리에서 17일 다시 맞붙었다. 서울대에서 양측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린 건 지난 1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탄핵 찬반 집회는 지난 15일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두 세력 간 충돌은 서울대 재학생이 포함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예고하면서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진보연합은 반대 집회가 예고된 시간보다 1시간 앞서 탄핵 찬성 집회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오전 10시 30분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30여 명은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박종철 열사의 사진이 담긴 팻말을 들고 “윤석열 파면” “김건희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발언자로 나선 자유전공학부 4학년 이시헌 씨는 “극우 세력이 서울대에 모인다면 수많은 민주 열사들이 통탄할 것”이라며 “서울대 학생회에서도 99% 넘게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다. 민주주의 위해 즉각 퇴진하라”고 말했다.
양 세력 간 갈등은 오전 11시께부터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벌어졌다. 탄핵 반대 집회 측은 미리 설치해둔 스피커를 통해 “우리가 모이기로 한 장소를 왜 점거하냐. 나와라”라고 소리쳤다. 한 지지자는 발언 중인 찬성 집회 참가자의 마이크를 뺏으려 달려들다가 경찰에 제지됐다. 몇몇은 찬성 집회 참가자들 뒤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수사”를 외치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열렸다. 참가자 400여 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계단에 모였다. 이들은 “불법 탄핵 무효” “국회 해산” 등 구호를 외쳤다.
반대 집회는 일부 서울대 재학생의 시국선언으로 시작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재학생 김민섭 씨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비상계엄이 필요했다”며 “(찬성 측이) 학문의 전당에서 자유로운 논의조차 막고 있다. 서울대생 81명, 졸업생 459명의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용기내겠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서울대 인문대학 재학생 김 모씨(20)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 서울대까지 몰려왔다”며 “그런 자들이 판치니 대통령도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이 모씨는 “노폐한 판사들이 선관위와 헌재를 장악했다”며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 선관위와 판사들 말을 우리가 어찌 공정하다고 믿겠냐”고 말했다.
도서관 바로 앞 공간에서 반복해서 열리는 집회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양 집회가 학생들이 주로 공부하는 공간인 중앙도서관과 관정도서관 앞에서 열린 탓에 재학생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 중이다. 일부 학생은 도서관에서 내려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조용히 좀 해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제학부 재학생 최 모씨(25)는 “행정고시 1차 시험이 3주도 안 남았다”며 “중요한 시기인데 온갖 고성과 음악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재학생 김 모씨(25)는 “지난 토요일에도 소음 탓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집회를 피하느라 도서관을 못 가니 공부할 장소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양측을 분리했다. 서울대 직원들과 경찰은 양 집회 사이에 인간벽을 세우고 폴리스 라인을 쳐 집회 참가자들이 상대 진영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았다. 서울대 본부 측은 “지난 15일에 있었던 물리적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상시 대응 중”이라며 “찬반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가 외부인으로 보여 경찰 협조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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