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요원들이 지난 6일 메릴랜드주 록빌 인근에서 한 필리핀 남성을 이민세관단속국(ICE) 사무실로 이송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록빌/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이민 단속을 지시했지만,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체포 건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당초 설정된 목표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각) “하루 최대 1179명을 체포했던 단속국이 단속 건수가 줄자 실적 공개를 멈췄다”며 “이달 들어 체포 건수가 하루 평균 600건 이하로 떨어져 정부 설정 목표치인 1200~1500건에 훨씬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첫번째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단속국(DEA), 연방보안관실(U.S. Marshals), 연방수사국(FBI) 등까지 동원했으나, 이들 기관의 요원들이 불법이민자 단속에 익숙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다 보니 추가적인 단속 작전 계획을 세울 여력도 없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단속 대상자 목록이 거의 다 소진됐다. 많은 단속국 요원들이 주 6~7일 근무를 하다 보니 새로운 작전 계획을 세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부터 불법 입국자가 줄면서 체포 대상자 자체가 줄어든 것도 추방자 수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불법 입국자가 줄면서 지난해 12월 국경 단속 건수는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국경 인근에서의 체포 작전이 여의치 않자 단속국은 더 많은 인력을 지역사회 내 체포 작전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 제약이 걸림돌이다. 법원의 영장이나 개인의 동의 없이 단속국 요원들은 사유지나 건물 내부에 진입할 수 없다. 공공장소나 상업시설의 공용 공간에서 단속해야 하는데, 요란하기만 할 뿐 실제 단속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 이민자를 먼저 체포하겠다’던 방침과 달리 범죄 이력 없는 이민자들도 상당수 체포되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비범죄자의 체포 비율은 14%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단속국 구금 시설도 포화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단속국 구금 시설에 수용 가능 인원 4만 1500명에 근접한 4만 1169명이 수감 중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활용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이곳 최대 수용 인원도 3만명에 불과하다. 목표치인 ‘1000만명 추방’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단속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엄은 최근 단속국 고위 간부 2명을 해임했다. 단속국 예산 증액도 논의 중이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국경 보안 및 이민 단속 예산을 1750억 달러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단속 강화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이슨 하우저 전 단속국 비서실장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연방 기관을 동원해 단속을 벌이려 하다 보니 정작 범죄 조직 단속을 맡아야 할 요원들이 비범죄인 이민자 체포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단속국의 역대 최고 추방 실적은 2019년의 26만 7000명이다. 연간 100만명 추방을 달성하려면 하루 2700명 이상을 추방해야 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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