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토 국가들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이 더 큰 부담을 지도록 국방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군이 지금은 유럽에 있지만 5년, 10년 또는 15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더 큰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유럽 주둔 미군 조정을 시사했다. 이에 전직 나토 관리는 이 발언에 대해 "유럽은 우리가 혼자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 등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연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외에도 향후 유럽 방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은 이달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뾰족한 수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텔레그래프에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나토 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나토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군대를 보유하게 됐으며 이탈리아는 나토의 연합대응군을 주도하고 있다.
한 나토 회원국 안보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향후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의 의원은 영국이 나토를 이끄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언급했다. UDCG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국방부 장관이 이끈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서 철수한다면 영국과 유럽 군대로는 그 공백을 메우기에 속수무책이다. 현재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약 8만명인데 3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국이 보복할 위험이 없다고 믿으면 옛 소련 지역 등 유럽 일부를 점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부터 시작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은 나토의 집단 방위 조약에 기댈 뿐이다. 나토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집단 방위 조약을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전히 이를 믿고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럽 관리는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들이 신규 무기 구매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군사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동안에는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있고, 이로 인해 나토 회원국들은 4년간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 독일 관리는 "우리는 꽤 오랫동안 경고(Wakeup call)를 받아왔지만 계속 이를 무시했다(hitting the snooze button)"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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