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아4 중국 시장서 개봉 첫 주말 흥행 부진…현지전문가 "중국 등 혁신스토리에 대체될 수도"
너자2./사진=바이두 |
글로벌 블록버스터인 마블 캡틴아메리카 새 시리즈가 중국에서 신통찮은 성적을 낸 가운데, 현지선 최근 대히트한 중국산 애니메이션 너자2와 비교가 한창이다. 미국이 슈퍼히어로 세계관에만 의존한다면 중국 콘텐츠에 자리를 내주게 될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캡틴아메리카4(영문명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가 지난 14일 중국 극장가에 '비틀거리며' 등장했고, 흥행과 관객 반응 모든 면에서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캡틴아메리카4는 14~16일 총 1000만달러(약 152억원)의 티켓판매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개봉 첫 날 4000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그간 마블 대작들이 중국에서 개봉 첫 주말에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기록한 경우가 적잖았음을 감안하면 실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캡틴아메리카는 미국 영화평가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51%의 저조한 점수를 받은 데 이어 중국 리뷰 플랫폼 도우반에서도 10점 만점에 5.3점을 받았다. 글로벌타임스는 "캡틴아메리카4의 실망스러운 결과는 마블 특유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조, 개인적 영웅주의에 대한 강조가 이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중국)에 먹혀 들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독설하던 중국 언론이다. 그러다가도 히트작이 나오면 잠잠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캡틴아메리카4에 대한 비판은 수위가 다르다. 최근 연이은 중국 로컬 콘텐츠 성공에 힘입어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영화연구자 장펭 난징사범대 교수는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캡틴아메리카4의 방향 감각 없는 서사와 캐릭터 가치 붕괴는 마블의 '정치적' 접근 방식이 늪에 빠졌음을 드러낸다"며 "다문화주의를 충족하기 위해 백인 우상을 계승한 흑인 영웅의 서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캐릭터의 발전은 모호하고 감정적 연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내 영화의 부상으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외국 영화가 같은 수준으로는 관심을 사로잡기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사실상 히트작이라 할 만한 영화가 비슷한 시점에 개봉한 너자2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짧은 시점에 중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당위를 찾기 쉽지 않은 설명이다.
그래도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게 지금 중국의 분위기다. 지난 설(중국명 춘제) 연휴 개봉한 애니메이션 너자2는 무려 2억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며 중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쓰고 있다. 딥시크(DeepSeek) 등의 성과에 환호하면서도 내수는 부진하고 실제 돈이 될 기술은 아직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중국이다. 극도의 외화내빈 속에서 모처럼 터진 너자2는 신드롬화하고 있다.
장 교수는 "좋은 스토리엔 국경이 없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춰야 한다"며 "할리우드가 계속해서 '슈퍼히어로 세계관'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할리우드의 지위는 중국과 그 너머의 혁신적 스토리텔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무된 중국이지만 너자2의 스토리가 품고 있는 함의가 시실 그 어느 영화보다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 언론 및 관변전문가들의 설명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너자2 속 악의 축인 천상계의 질서는 여러모로 달러패권과 치환되며, 천상궁전의 모습은 누가 봐도 미국 펜타곤이기 때문이다. 천상계 절대권력자인 신선이 미국을 가리킨다는 점은 중국에서도 상식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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