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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발니 1주기' 눈발 속에도 추모열기…50분 줄서 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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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날씨 불구 이어진 행렬…"나발니는 '희망'…감시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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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사망 1주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에 있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묘.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1년 전인 2024년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의문사했다. 2025.2.17. abbie@yna.co.kr (끝)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 앞.

눈발이 날리는 영하 8도의 날씨에도 빨간 카네이션을 든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두 차례나 코너를 돌아야 할 정도로 긴 줄이었다. 언뜻 봐도 1천 명 이상은 온 듯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47세의 나이에 의문사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다.

나발니는 반부패재단 등 단체를 설립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나발니는 극단주의 혐의, 사기 등으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했다. 그가 세운 반부패재단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나발니와 그의 활동에 지지를 표하는 건 경우에 따라 체포 가능성까지도 배제하지 못할 일이다.

친크렘린궁 텔레그램 채널에선 이날 나발니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추모 활동에 나선 이들이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반면 나발니 사망 이후 푸틴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러시아 야권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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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사망 1주기 추모객들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 앞에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1년 전인 2024년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의문사했다. 2025.2.17. abbie@yna.co.kr (끝)


묘지 주변에는 경찰들이 총을 들고 순찰을 다녀 긴장감을 조성했다. 인근 지하철역 플랫폼에도 경찰들은 서 있었다. 하지만 추모 행렬 자체를 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묘지 앞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거나 쌍둥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 지긋한 나이의 노인들, 요란한 화장과 패션으로 눈길을 끈 젊은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특별한 시위나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긴장감과 숙연함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한 할아버지는 줄을 선 사람들과 '하이 파이브'를 주고받았다. 대형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사람, 사탕과 과자를 나눠주는 사람 등 제각각의 모습으로 시민들은 헌화를 기다렸다.

추모 행렬 옆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연대를 표했다. 사람들은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추모객들은 추위 속에서 약 5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묘지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나발니의 묘는 카메라 모양의 그림과 함께 '이 시설은 감시받는다'는 문구가 써진 입구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발니 묘 주변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묘에는 이미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고인을 기릴 때는 짝수의 꽃을 준다는 러시아 전통에 따라 사람들은 카네이션 두 송이 또는 짝수 송이 한 다발을 나발니 묘에 뒀다.

나발니를 추모하는 편지와 성경 구절, "나는 두렵지 않다" 등 나발니가 생전 한 말들을 담은 액자 등도 놓여 있었다. 나발니가 주도한 반부패 시위의 상징이었던 오리 인형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4시 30분께 묘지 관리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빨리 움직이세요!"라고 외쳤다. 그 바람에 50분 동안 줄을 서며 기다렸던 사람들은 1초 동안 꽃을 두고 묵념만 한 뒤 자리를 비켜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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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1주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 앞에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1년 전인 2024년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의문사했다. 2025.2.17. abbie@yna.co.kr (끝)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한 40세 여성은 나발니 묘 참배 후 "작년 나발니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경찰의 감시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것은 나의 의견을 밝힐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오늘은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업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20대 후반 남성은 "나발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오늘 모인 많은 사람은 나발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큰 희망을 전했는지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추모객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종전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해 이날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언론은 나발니 사망 1주기보다는 이 협상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쏟아냈다.

20대 여성 다샤는 "나발니는 부패와 독재에 맞서 싸우는 상징이었고 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결집했다"며 "하지만 나발니가 사망한 이후 야당 지도자들은 서로 논쟁하느라 분열돼 있다"며 '포스트 나발니'의 부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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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1주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 앞에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1년 전인 2024년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의문사했다. 2025.2.17. abbie@yna.co.kr (끝)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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