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통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 부여 해야"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20200629/사진=이새롬 기자/서울 행정법원 |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법적 근거와 구제 절차 등을 알리지 않은 행정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건설업체 두 곳이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성북구는 2022년 10월 두 업체에 공사 현장과 가까운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사유로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두 업체는 문제가 된 건물에 보강공사를 시행해 감리를 받은 후 지난해 2월 성북구에 공사 중지 명령 해제를 신청했다. 구는 같은 달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성북구는 해제 이틀 후 두 업체에 또다시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사 중지 해제 전 추가 보강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통지했다. 이에 두 업체는 성북구를 상대로 법원에 공사 중지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는 소송을 제기했다.
성북구는 두 업체가 항고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곧바로 공사 중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항고소송은 행정소송 종류 중 하나로 행정청 처분 등에 대해 취소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법원은 성북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두 업체가 공법상 권리를 얻은 후에 당사자 소송으로 권리 확인 등을 구하는 것은 충분히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공정력이 인정되지 않는 무효인 처분은 어떤 방법으로나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공정력은 행정 행위에 하자가 있어도 권한 있는 기관이 취소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효력을 말한다. 재판부는 성북구의 처분을 공정력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으로 봤다.
또 성북구는 "두 업체가 안내 이후 스스로 인접건물 외벽 보강공사를 수행했다"며 "이 소송은 과거 법률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더 이상 확인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북구는 이 사건 변론 종결 전인 지난해 9월 30일에도 두 업체에 추가 조건을 부여하는 안내를 했다"며 "두 업체가 현재 법률상 지위에서 존재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북구는 보강공사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두 업체에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적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고 불복 방법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성북구청의 통지가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위반했고 절차적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해제된 공사 중지 명령 이후 또다시 이를 제한하는 취지의 '안내'는 무효이며 두 업체 모두 공사 중지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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