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통시장에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스티로폼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0만7천여곳의 음식점이 폐업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로 음식점 폐업이 발생했다. 중국의 경우 공급 과잉이 심한 가운데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 기후위기로 인한 식재료비 상승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 요식업 전문 매체 훙찬망은 지난해 중국에서 식당,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등 요식업 매장 약 300만곳이 문 닫았으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지난 1월24일 보도했다. 같은 날 일본의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지난해 1천만엔(약 9300만원) 이상 빚을 남기고 법적 정리 절차에 들어간 음식점 ‘도산’ 건수가 894건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보고서를 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앞서 지난해 10월에 낸 보고서에서 “계속되는 식재료비·광열비의 급등, 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에 압박이 커가고 있지만, 음식점은 가격전가율(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비율)이 7월 기준 36%로 전 업종(44.9%) 대비 크게 떨어진다”며 “중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도산·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식재료비 급등을 상징하는 것이 ‘레이와 쌀 소동’이라 불리는 쌀값 폭등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집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햅쌀 전국평균가격은 60㎏당 2만4665엔으로 전년 대비 60% 뛰었다. 쌀값은 2023년 12월에도 전년 대비 17.1% 뛴 바 있다. 생산비가 오른 탓도 있지만, 202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특히 품질 좋은 쌀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일본 기상청이 거대 지진 발생을 경고한 뒤 쌀 사재기까지 일어나면서 쌀값은 더욱 급등했다. 쌀값 상승은 초밥 등 음식 가격을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과일값 폭등, 2024년 ‘대파 파동’, ‘시금치 파동’이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탓이었다. 초가을까지 30도가 넘는 고온이 이어져 고랭지 배추 작황이 나빴던 지난해 9월 중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서 배추 한포기가 9천원을 넘어섰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2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특정 농산물 가격 급등은 대체재의 가격까지 끌어올린다.
기후위기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 1·2위 커피 생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이상기후는 커피콩 가격을 폭등하게 했고, 가나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의 엘니뇨 영향과 병충해로 카카오 가격도 폭등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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