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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 사망’ 충격…선정적 보도, 여론재판 성찰 목소리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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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배우 김새론(25)이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 3년간 고인을 향해 미디어·대중이 들이댄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가 비판받고 있다. 음주운전, 마약 논란 등 비슷한 잘못을 한 유명인들이 많지만 젊은 여성에게 유독 복귀를 허락하지 않으며, ‘잘 나가던 여성의 추락’을 더 큰 오락거리 삼는 여성혐오적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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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연합뉴스


이날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부 침입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2001년 아역 모델로 데뷔, 2009년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이듬해 원빈 주연 영화 ‘아저씨’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고 승승장구하던 김씨의 삶은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완전히 달라졌다.

음주운전 이후 사실상 배우 활동을 중단한 김씨에게는 수년째 날선 시선이 날아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에 값싼 동정을 보내던 사람들은 막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김씨의 모습이 좋아 보이면 “생활고라더니 뭐냐”고 눈치를 줬다. 본업이 아닌 카페에서 일하는 것조차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파트타임 직원인 줄 알았더니 매니저가 됐다는 둥, 낚시를 다니며 여유롭게 산다는 둥 사소한 개인사까지 입길에 올랐다.

김씨측이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먼저 기사화를 요구한 것이 아닐 텐데, 그의 SNS 사진 등은 매번 각 매체의 포털뉴스 메인에 올라 수많은 이들에게 난도질을 당했다. 김씨가 ‘관종’(관심 종자의 준말.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서 여론의 매질을 받을 만 하다는 반응이 가득했다. 하지만 김씨는 혼자 SNS를 했을 뿐이고, 이에 먼저 관심을 보인 건 언론과 대중인지 모른다. ‘관종’이 싫다면 그가 원하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될 일인데 정확히 그 반대로 한 것이다.

그가 실제로 관종인들 저만큼 욕받이가 될 정도로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 볼 수 있을까. 그보다는 한순간에 추락한 유명인이자 20대 여성인 김씨가 ‘그래도 별 탈 없는 만만한 존재‘로 여겨졌기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대중의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닐까. 여성의 흠결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기강 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 사회는 여성들에게 끝없는 자기검열을 요구하고 위축되게 만들며 종국엔 버텨내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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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관련 최근 6개월 기사 제목 일부를 간추린 것. ‘김새론’으로 검색해 포털뉴스에 뜨는 매체의 기사들로만 정리했다. 정지혜 기자


2022년 5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김씨 관련 기사를 제목 위주로 훑어보기만 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된다. 지난 6개월간 김씨에 대해 다룬 기사 제목 중 10여개를 선정해 챗gpt에게 이를 요약하는 제목을 만들라고 시켰더니 ‘김새론, 논란 속 SNS 활동 계속…반성 없는 행보에 대중 냉담’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김씨는 자숙하지 않고 반성이 없어서 계속 비판을 받는데, 그 이유는 ‘SNS에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올려서’이다.

실제로 사용된 제목들을 보자. 그는 SNS를 하며 근황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숙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었다. 조용히 있지 않고 또 SNS를 했다고 또 욕을 먹었다. 댓글을 막거나 ‘얼빡샷‘을 올렸단 이유로 “반성 따위 없다”며 저격을 당하는가 하면, 사진 속 피부가 매끈해서 ‘생활고 맞냐’고 비아냥을 들었다.

결혼을 발표한 적도 없는 김씨는 ‘결혼 어그로’를 끌고 ‘셀프 결혼설’을 퍼뜨린 이로 매도되더니 “잊혀지기 싫은 발악”을 하며 “밉상 도장이 찍혔다”고 하는데, 그 도장은 오히려 이 제목을 통해 찍히는 낙인이지는 않을까. 기사 제목에 유독 많이 쓰인 ‘빛삭’이란 단어도 눈길을 끈다. SNS를 해도 논란, 사진을 삭제해도 논란이다. 지우지 않고 뒀다면 그것대로 또 “독기“ 운운하며 몰아세웠을 것이다.

김씨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한 방송사는 재빠르게 ‘SNS로 곤혹을 치뤘던 김새론 “반성없는, 셀프 결혼설?”’이라는 제목의 기사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다. 제도권 언론이 이 정도인 것이고, 사이버렉카 같은 뉴미디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훨씬 강도 높은 조롱과 공격으로 받아 조회수 장사를 하기 일쑤였다.

경찰은 김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디어와 대중이 합작했던 지난 3년의 서사가 고인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그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는 얼마나 됐을지 돌아보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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