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을 2024-2025 여자 프로농구 정규 리그 1위로 이끈 위성우 감독 소감이었다. 우리은행은 16일 열린 청주 KB 원정 경기에서 46대44로 이겼다. 주득점원인 김단비(12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4블록슛)는 슛 성공률 32%에 묶였다. 하지만 이명관이 3점슛 3개(5개 시도)를 꽂으며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5점을 올렸다. 가로채기 10개 등 상대 범실 15개를 이끌어낸 우리은행 수비도 돋보였다.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청주 KB를 꺾고 여자프로농구 2024-2025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한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우리은행 주장 김단비(왼쪽)와 위성우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뉴스1 |
우리은행(21승8패)은 2위 부산 BNK(18승10패)와 승차를 2.5경기로 벌리면서,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1위를 결정지었다. 2022-2023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1위를 되찾았고, 통산 최다 1위 기록은 15회로 늘렸다.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년 이후로는 13시즌 동안 10번째 영예를 안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우리은행은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역대 최고 팀으로 꼽힌다. 통산 챔피언전 우승이 12번으로 가장 많은데, 위성우 감독 체제에서만 지난 시즌을 포함해 8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박혜진(현 BNK)을 비롯해 ‘우리은행 왕조’ 주역이었던 4명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과 해외 리그로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만 남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팀을 꾸려가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FA를 다른 팀으로 보내고 받은 보상 선수들로 ‘베스트 5′를 채워야 했다. 당연히 스타급 선수는 없었다.
위 감독은 “믿을 것은 연습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선수들에게도 ‘나를 믿지 말고 훈련을 믿어라’라고 했다”면서 “그동안 정규리그 우승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우승보다 값진 결과”라고 말했다.
개막 직전까지 우리은행은 ‘잘해야 중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한 경기만 남겨둔 우리은행 시즌 평균 득점은 59.5점으로 6팀 중 4위다. 실점이 57.0점으로 가장 적긴 해도 득실 차는 +2.5점에 불과하다. 예전처럼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우리은행이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승률 0.833으로 1위를 했을 때의 득실 차는 +13.9점이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 모든 팀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도, 고비에서 강한 힘을 발휘했다. 김단비가 팀 공격과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열흘 뒤에 만 35세가 되는 김단비는 18년 프로 생활을 통틀어 처음으로 득점을 20점대(21.8점·전체 1위)로 끌어올리며 팀 득점의 37%를 혼자 해결했다.
김단비는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평균 11.04개), 스틸(2.14개), 블록슛(1.57개)도 리그 최고다. 1·2·5라운드엔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특히 5라운드에선 역대 다섯 번째로 만장일치(기자단 투표 94표)로 MVP를 받았다. 정규 리그 MVP를 사실상 예약한 상태다.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단비는 “내가 못하면 안 된다는 속앓이를 많이 했다. 꾸준함이 승리할 수 있는 걸 우리은행이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 의존증’에 따른 약점도 노출했다. 김단비가 왼팔꿈치 부상 때문에 유일하게 결장했던 작년 12월 16일 신한은행전의 1쿼터엔 사상 처음으로 ‘한 쿼터 0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며 무너지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던 시점이던 5라운드부터 신인 이민지 카드를 꺼냈다. 이민지는 작년에 모교 숙명여고를 전국체육대회 등 전국 대회 4관왕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위 감독은 공격에 재능을 가진 이민지가 프로 수준의 수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준비시켰다. 1~4라운드까지 벤치 멤버였던 이민지는 5라운드 이후 주전으로 활약하며 평균 11점을 넣고 있다. 김단비에 이은 공격 2옵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KB는 홈에서 우리은행이 1위 시상식을 하며 자축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은 1승 5패로 마감했다. 6경기 모두 6점 차 이내에서 승패가 갈려 아쉬움을 남겼다. KB(11승 18패)의 순위는 공동 4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허예은(12점 6리바운드)과 나가타 모에(12점 6어시스트)로 맞섰던 KB는 자유투 득점에서 12-3으로 앞섰으나, 3점슛 21개 중 19개를 놓치는 중거리슛 난조에 발목이 잡혔다. /청주=성진혁 기자
[성진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