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앤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
지난 14일 발생한 부산 호텔 공사장 화재로 숨진 김모(64)씨와 조모(42)씨의 유족들은 부산 반얀트리 호텔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안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씨의 아내 조모씨는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과 같이 일한 동료가 오는 5월 반얀트리 호텔 개관을 앞두고 급하게 공사가 진행된 탓에 안전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현장에서 근무하던 하청업체 직원들끼리 불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했다.
공연기획 관련 일을 오래 했던 김씨는 퇴직 후 가족 몰래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다고 한다. 조씨는 “호텔 화재로 6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내 남편 이야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서 연락이 왔고, 병원에 와서 검게 그을린 남편 얼굴을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사망한 조모씨의 빈소를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 이은지 기자 |
소방당국과 고용노동부,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은 16일 삼정기업 등 시공사 측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감식에선 발화지점이 B동 1층 PT룸(배관 유지·관리를 위한 공간) 배관 주변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배관 절단·용접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TV(CCTV) 확인을 거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특정할 방침이다.
현장인부들 사이에서는 용접작업중 튄 불씨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용접 불씨로 인한 공사장 화재는 매우 잦다. 용접 작업 전후 산업안전보건공단 지침이 지켜졌는지 등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최고급 시설을 표방한 이 호텔에 자동화재속보설비(자동 화재 신고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감식 결과 확인됐다. 삼정기업과 하청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경찰 수사는 6명이 숨진 경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중앙일보가 만난 다수의 인부는 “심한 연기와 곳곳에 널브러진 자재 탓에 대피가 어려웠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페인트·시너가 불과 연기를 삽시간에 키웠을 거란 추정도 나온다.
이외에도 경찰은 조속한 진화 및 대피를 위한 스프링클러·경보가 제때 작동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화재 당시 A동 저층부에 있었다는 한 인부가 “지난 3개월간 안전 교육은 2번 받았지만, 화재 대피 훈련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법이 규정한 화재 대피 훈련 실시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적법한 준불연성 자재가 사용됐는지, 화재 감시자가 제대로 배치됐는지 등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해 17일 사망자 6명을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김민주·이은지·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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