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대신 압축된 스토리가 인기
몰아보기 최적화된 콘텐츠 유행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왼쪽)는 36부작으로,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는 10부작으로 방영됐다. /KBS2, 채널A |
드라마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주말드라마는 50부작, 평일드라마는 16부작이라는 공식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12부작 8부작 심지어 6부작으로 압축된 작품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OTT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몰아보기에 최적화된 짧은 시즌이 선호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는 회당 2분 내외의 숏폼 드라마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서도 감지되는 중이다. <더팩트>는 K드라마가 직면한 변화의 흐름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16부작이 기본이었으며 주말극이나 가족 드라마는 50부작 이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공식은 점점 깨지고 있다. OTT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8부작, 6부작짜리 드라마가 대세로 자리 잡았으며 한 시즌을 짧고 강렬하게 구성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다. 기존 방송사들은 주 2회씩 긴 호흡을 가져가는 편성 방식을 고수했지만 OTT는 짧고 임팩트 있게 공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8부작, 6부작으로 압축된 작품들이 제작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국내 OTT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넷플릭스에서 이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오징어 게임2'는 7부작, '트렁크'는 8부작, '기생수: 더 그레이'는 6부작으로 방영돼 과거보다 훨씬 짧아진 러닝타임을 택했다.
다른 OTT도 마찬가지다. 티빙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10부작, '우씨왕후'는 8부작으로 제작됐으며 디즈니+ 역시 '조명가게' 8부작, '지배종' 10부작 등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OTT의 영향으로 짧아지는 드라마의 흐름은 뚜렷하지만 배급 방식은 플랫폼마다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편 동시 공개 전략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이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디즈니+와 티빙은 주간 공개 방식을 택해 화제성을 길게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개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짧고 압축적인 시즌'이라는 흐름은 모든 OTT가 공통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디즈니+ '조명가게', 티빙 '스터디그룹'(왼쪽부터)은 각각 7부작 8부작 10부작으로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티빙 |
여기에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도 드라마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한 드라마를 약 2~3개월에 걸쳐 매주 기다리며 시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짧은 시간 내 몰아보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몰아보기 문화가 확산했고 이는 드라마의 러닝타임과 공개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기존 TV 드라마는 길게는 6개월 이상 방영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한 시즌을 짧게 제작해 시청자들이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도록 기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튜브, 틱톡 등에서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드라마 전편 몰아보기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에피소드 단위의 클립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면 이제는 한 편의 드라마를 2~3시간으로 압축해 몰아볼 수 있는 영상이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틱톡과 릴스 같은 초단편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1분 내외로 요약한 숏폼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청자들이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짧고 강렬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시청 패턴의 변화는 드라마 편성이 짧게 기획되는 데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짧은 시즌과 빠른 전개, 그리고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 드라마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숏폼 드라마 콘텐츠 플랫폼 '비글루'(왼쪽)와 '숏차' 등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플 화면 캡처 |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숏폼 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드라마 시장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탑릴스', 7월 '비글루', 9월 '숏차' 등이 론칭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숏폼 드라마는 보통 편당 2분 내외로 구성되며 기존 TV 드라마나 OTT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제작되기 때문에 빠른 전개와 짧은 러닝타임, 강렬한 몰입감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드라마가 한 회당 60분의 긴 호흡으로 감정을 축적하는 방식이라면 숏폼 드라마는 단 몇 초 만에 갈등을 만들고 해결하는 극단적으로 압축된 스토리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처럼 드라마 시장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과거 주말드라마는 50부작, 평일드라마는 16부작이 기본이던 시대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으며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12부작, 8부작, 6부작과 같은 짧고 압축적인 시즌 구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숏폼 드라마의 부상은 단순히 짧은 형식의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 제작 방식과 시청 패턴 자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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