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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환제' 띄운 이재명…헌법 충돌·악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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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환, 헌법이 정하지 않은 직접민주주의"
자유위임 원칙 충돌·위헌법률심판 가능성
정적 제거수단 전락 등 정쟁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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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안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민소환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현행 헌법과 충돌해 개헌 없이는 발의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쟁 수단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은 총 5건이다. 이중 4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 접수된 상태다.

이중 정진욱 의원 등 15명이 지난 12일 발의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에는 지역구 유권자 30% 이상이 서명하면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고,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으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 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국회의원을 소환해 위헌·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봉사자로서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소환을 통해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같은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소환 대상에서 제외돼 국민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수 있는 방법이 미비하다"며 국민소환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에는 직전 총선 전국 평균 투표율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지역구 유권자들의 서명으로 소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당 이광희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국민소환법은 지역구 유권자 15%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을 청구할 수 있고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으로 의원직 박탈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임기 시작 6개월 이내 및 종료 1년 이내에는 소환 대상에서 제외한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된 이후인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의도적으로 직무를 거부함으로써 민주적 의사결정을 저해했다"며 국민소환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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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사진)가 국민소환제를 제안하며 직접민주주의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배정한 기자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소환제를 제안했다. 제안 배경으로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을 막아낸 시민들을 꼽으며 국민소환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맨몸으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과 폭탄을 든 계엄군과 맞서 싸우며, 다음은 과연 더 나은 세상일 것이냐는 질문에 더 진지하게 응답하겠다"며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 첫 조치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연설 직후 "계엄 해제로 최근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긴 했으나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여전히 강한 상황"이라며 "국민소환제라는 제도적 경종을 울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자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직접민주주의 강화 의지를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일 당 정책 소통 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촛불 혁명 때 힘겹게 싸워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는데 결과가 무엇이냐. 당신들 자리만 차지했지 색깔만 바뀌고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더라"며 "같은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국민의 집단지성으로 지배하는 나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민주주의를 띄우며 조기 대선을 겨냥해 전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며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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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박헌우 기자


그러나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간접민주주의에 기반한 우리 헌법은 국민투표·주민참여·주민소환 이외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이 정하지 않은 국민소환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게 헌법학계의 압도적인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효력을 잃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국민소환법이 실제로 통과된다고 해도 위헌 소지 얘기는 또 나올 것"이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당도 "개헌 없는 국민소환제는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상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 임기를 제한하는 단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률로서 국회의원 소환제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이 대표는 위선적인 국민소환제 언급을 중단하고 본인의 총체적인 개헌 구상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히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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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왼쪽 첫 번째)가 제안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박헌우 기자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권 원내대표는 "직접민주주의라는 거창한 취지와 달리 이재명의 정적 제거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비명횡사, 공천학살처럼 개딸들을 동원해 국민의힘과 비명계 국회의원들을 숙청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 뻔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에 "국민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자칫 포퓰리즘이나 정적 제거 정당화 등 오남용 위험이 커 장점보단 부작용이 더 두드러진다"며 "만약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그렇지 않아도 진영 논리로 양극화된 우리나라가 365일 내내 정쟁에 휘말려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의원 '자유위임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차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국민을 대신해 국가 사무를 처리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선거를 치르는 건데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요구나 정당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인 자유위임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국회의원의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 교수는 "'제 식구 감싸기' 말고 위법행위를 저지른 의원의 징계를 엄밀하게 하면 국민소환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며 "징계를 묵인하거나 심사를 계류하지 않고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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