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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부가가치세(VAT)가 “관세보다 더 징벌적”이라며 부가세를 관세 전쟁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부가세 제도가 없는 미국이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 또 다른 관세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을 포함해 전 세계 175개국이 부가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가세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때 매겨지는 일종의 소비세다. 미국은 부가세 대신 판매세(Sales tax)가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자동차를 사면 판매세나 부가세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소비세로 명칭)은 10%, EU는 국가별 품목별로 다르지만 평균 22% 수준이다. 미국 판매세는 주별로 다른데 평균 6.6%다.
부가세든 판매세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인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징벌적’이라며 비난하는 것일까. 소비세를 걷는 시점과 방식에 차이가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판매세는 소비자가 완성품을 살 때만 한 번 부과된다. 부가세는 모든 생산 및 유통 단계마다 적용된다. 특히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통관 시점에 부가세가 적용된다. 다만 물건이 수출될 때는 부가세를 환급해 준다.
하지만 동일 시장에서는 같은 세율이 적용돼 경쟁에 차별적 요소는 사실상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부가세 부과에 국적 간 차별이 없다. 수출 기업에 부가세를 환급해 주는 것도 수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중 과세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숀 브레이 글로벌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도 자국 수출업자에게 판매세를 면제하고 있고, 같은 시장에서 동일 세율이 적용돼 미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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