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조은국 기자 = 농협금융그룹은 지난해 2조5000억원가량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2012년 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손해보험을 제외한 주요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그룹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빅5 금융그룹' 이름이 무색해진다. 순익 5조원 시대를 연 KB금융그룹에는 절반에도 못 미쳤고, 은행 비중이 대부분인 우리금융그룹에도 뒤처졌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새 사령탑에 올라선 이찬우 회장의 고민도 커졌다. 이 회장이 이달 초 회장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주력사업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농협금융은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수익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다. 증권사 지분이 50%를 겨우 넘기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농협금융의 본업 경쟁력 강화와 M&A(인수합병)를 위해서도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순익 절반 이상을 농협중앙회에 보내고 있어, M&A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2조4537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보다 11.4% 증가한 수치다.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하면 2조8836억원 수준이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순익 5조782억원을 올린 KB금융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고, 신한금융과는 2조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4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우리금융도 순익 3조원을 넘어서며 농협금융을 따돌렸다.
그룹의 맏형인 은행 실적을 봐도 농협금융이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농협은행은 작년에 1조8070억원 규모의 순익을 냈지만, 경쟁사들은 모두 3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자회사 9곳 중 은행-증권-생·손보 외 다른 자회사들은 그룹에 대한 순익 기여도가 저조했다. 농협캐피탈과 NH아문디자산운용만 864억원과 300억원의 순익을 냈다.
올해부터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 이찬우 회장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농협금융은 범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최근 한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손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농협은행은 경쟁사 대비 뒤처진 비이자수익 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하고, 특히 글로벌 영역에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순익을 거뒀지만, 지분율이 57%에 그쳐 상당 규모 그룹 순익에서 제외된다. 증권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야 그룹 순익 기여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캐피탈과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기타 비은행 자회사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은행-비은행의 그룹 기여도 역시 고른 성장을 꾀할 수 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지속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매년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농협중앙회에 보내고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지난해 6111억원으로 전년보다 1200억원가량 늘었는데, 배당도 매년 증가 추세다. 2023년 배당성향 31.3%를 고려하면 작년 결산배당도 7000억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농협금융이 부재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M&A 전략을 펴고, 증권 지분율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글로벌 영역에서 경쟁력이 뒤처져 있는 만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 현지 금융사 인수 전략 추진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중레버리지비율(116%)을 고려한 농협금융의 자회사 출자여력은 3조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은행 다음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지분율을 확대해 그룹 기여도를 높이고, 부동산금융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신탁사 인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농협금융도 은행과 증권, 운용사 등 현지 금융사 인수에 나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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