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미나 기자) |
세금부담 완화 대책 지방 ‘악성’ 미분양에만 초점
16일 정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이르면 19일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건설경기 부양책을 발표한다. 정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같은 날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4대 주택·건설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는 지난 4일 민생대책 점검회의 당정협의회의 주요 안건으로 올라갔을 정도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지방에 한해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촉구한 바 있다. 지방 내에서 신축으로 갈아탈 경우 DSR규제를 완화하면 미분양 주택 매입 수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이지만 지방 평균 주택 가격이 3억원이라 DSR 부담 없이 대출이 가능하고, 보금자리론(6억원 이하)·디딤돌대출(4억원 이하)을 활용하면 DSR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DSR규제를 완화해봤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세제 부담 완화 확대 등까지 총망라될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 1월부터 취득한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다주택자 중과 부담을 없앤 데 이어 올 1월부턴 1주택자가 지방 악성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세, 종부세 산정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키로 하는 등 악성 미분양 주택에 대해 세금 완화했다. 그러나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3년 말 1만 857가구에서 작년 말 2만 1480가구로 두 배가량 확대,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13년 말(2만 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비율은 80.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는 사이 일반 미분양 주택도 급증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작년 말 7만 173가구로 2012년 말(7만 4835가구) 이후 12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 비중도 75.8%에 달한다. 미분양 주택 수는 2021년까지만 해도 1만 7710가구에 불과했으나 불과 3년 새 5만 2463가구 급증한 것이다.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구입에 집중됐던 세금 부담 완화를 일반 미분양 주택 구입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미분양이 심했던 2008년(미분양 가구수 16만 5599가구)에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경제 활성화 대책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공사비도 높고 금리도 높아 그때보다 미분양 주택 수가 적어도 건설경기가 활성화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 미분양 주택뿐 아니라 일반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세금부담을 완화하고 과거처럼 양도세 5년 감면이 필요하다”며 “수요 측면에선 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만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분양가 낮추는 등 건설사 자구책도 필요
2008년 이후 미분양 주택 해소 대책에선 다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했을 때 취득세 중과배제를 넘어 취득세 50% 감면이나 양도소득세 5년 감면 등의 대책이 나온 바 있다. 지방 주택 수요자는 지방 거주자 외에 다주택자도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지방 미분양 수요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각 지역에 따라 미분양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를 구분해 차등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 부연구위원은 “시도별로 보면 미분양 관련 위기 단계가 다르다”며 “제주 등은 위험단계라 이런 곳에 대해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는 작년 말 미분양주택이 2807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는 작년 말 8807가구로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는 1만 2954가구로 1년새 7200가구가 늘어나며 전국 1위를 기록하며 2016년(1만 3362가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충청북도(2192가구)와 충청남도(3814가구)는 유일하게 작년 말 미분양 주택 가구 수가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2703가구, 6336가구)대비 적었다.
정부가 리츠를 동원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2023년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부활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리츠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신청한 곳이 2곳이고 인가를 받은 곳은 없는 상황이다. 작년 말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CR리츠 전담팀을 만들어 미분양 주택 4000가구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 감축을 위해 기존에 발표한 세제·금융 대책을 차질 없이 관리하고 CR리츠도 조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미분양 주택 지원책에 앞서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분양된 주택의 분양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분양이 잘 될 때는 건설업계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다가 미분양되니까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엔 건설사가 분양가를 인하한 비율에 따라 취득세 감면율도 차등화하는 방안이 나온 바 있다.